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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사다리의 지혜 ‘위장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사다리의 지혜 ‘위장술’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2.12.06 14: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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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74> 의태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눈가림은 얕은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이 아 닌 가 . 擬態(mimicry)사전에 찾아보니, 1)어떤 모양이나 동작을 본떠서 흉내 냄, 2)동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거나 사냥하기 위해서 모양이나 색깔이 주위와 비슷하게 되는 현상이라 적고, 비슷한 말은‘짓시늉’이라 한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狐假虎威또한 짓시늉일 터다. 그처럼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허다하다지.

헌데, 擬態語란 말이 있으니 인간이나 사물의 모양, 행동 따위의 양태를 묘사한 낱말의 총칭하며, ‘후닥닥, 촐랑촐랑, 기웃기웃, 방긋방긋, 울긋불긋, 반짝반짝, 사부랑삽작, 엎치락뒤치락, 붉으락푸르락…’이 그 예요, 사물이나 인간이 내는 소리를 모방한 擬聲語(‘개골개골, 기럭기럭, 깔딱깔딱, 까르르…’)와 함께 상징어에 속하며 의성어보다도 의태어가 더 발달했다고 한다. 말에도 본떠 만든 것이 있더라!

생물학적인 의태란 동물이 다른 생물이나 무생물과 모양·색채·행동·소리·냄새를 가짜로 겉치레(덧칠)하고 꾸미므로 제3자를 속이는 현상이다. 사실 넓고, 깊고, 멀리 보아 꼼수 아닌 것이 없으니 흉내 내고 은폐하고 위장하는 것 모두가 의태다. 은폐(위장)는 동물이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으로 작은 나뭇가지와 엇비슷한 대벌레나 자벌레나방의 유충, 조약돌과 유사한 메뚜기, 海藻과 흡사한 海馬등의 거짓꾸밈이 보신술의 좋은 예다.

이것이 被食者의 위장이라면 捕食者도 그 짓을 하니, 꽃과 닮은 모습으로 숨어서 벌레를 기다리는 버마재비나 가짜먹이를 어른거리게 해다른 물고기를 유인하는 아귀 등의 공격의태가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암벌의 생식기 꼴의 꽃을 피워 수벌을 유인해 꽃가루받이하게 하는 난초무리도 있는가하면 갈맷빛 청개구리와 농녹색의 나뭇잎을 구분 못하는 보호색도 위장이다.

보통은 한 동물이‘양이 늑대 옷을 입듯이’, 악취를 내거나 독침 같은 센 무기를 가진 동물의 몸 빛깔과 비스꾸리하게 바꾸는 것 즉, 포식자에 그다지 해가 없는 종이 해로운 종을 닮는 것을 발견자의 이름(Henry Walter Bates)을 따서‘베이츠의태’라 한다. 말벌의 윙윙거리는 蜂聲는 물론이고 무서운 경계색은 세포를 오르라들게 하지 않던가. 예컨대, 일종의 警戒擬態로 아무 무기가 없는 가녀린 꽃등에나 호랑이하늘소가 독침을 가진 꿀벌이나 장수말벌 모양으로 변장하는 것도 베이츠의태이다.

분류상으로 깊은 유연관계가 없으면서도 같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는 여러 나비나 벌이 서로 무늬 등의 경고신호가 비슷해져서 포식자가 그것들을 멀리하는 것을 역시 발견자의 이름(Fritz M¨uller)을 따서‘뮐러의태’라 부른다.

다시 말하면 독성을 가진 두 종류 이상의 곤충들이 서로 흡사해지는 것은 포식자를 혼란케 한다. 이로써 생존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아무튼 베이츠의태와 뮐러의태를 똑 부러지게 그 차이를 논하기 어렵지만 이들이 의태연구의 선구자들임은 틀림없다.

다음은 독 없는 총독나비가 유독한 제왕나비를 닮는 베이츠의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총독나비는 북미와 멕시코에 분포하며, 날개 길이는 53~81mm로 제왕나비보다 좀 작고,유충은 버드나뭇과의 버드나무나 미루나무 따위 잎을 갉아먹으며 따라서 몸 안에 아스피린성분(아세틸살리실산)인 씁쓰레한 살리실산이 들었다. 그리고 유생이나 번데기가 새똥 닮게 날조해 새들이 먹지 않게 하는 보호 장치를 갖는다.

그런가하면‘제왕나비’의 유생은‘박주가리’잎을 먹고 자라는데 거기엔 심장에 해를 끼치는 독성분이 들었고, 알싸한 그것은 성체나비가 돼도 여태껏 몸에 남아있어 제왕나비를 한 번 먹어본 새는 호되게 당해 다시 먹길 꺼린다. 그런데 애벌레가 독이 없는 버드나뭇과식물을 먹고 자란‘총독나비’도 새들이 멀찌감치 피해간다. 총독나비는 크기나 색깔, 무늬가 제왕나비를 본받았으니 포식자인 새들이 또래들을 혼돈해 먹지 않는다.

실은 박주가리 같은 숙주식물은 어느 것이나 나비유충 따위에 먹히기 않기 위해 독성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식물이 독성을 만들면 따라서 곤충도 그 독성을 무해한 것으로 만들고, 잇따라 아등바등 신물질을 만드는‘군비경쟁’을 악착같이 지금도 이어가고 있으니 이를 共進化라 한다. 식물도 분명 의태를 할 것인데….

일목요연하게 그리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노림수도 비일비재하다. 나비/나방이의 날개에 있는‘뱀눈’무늬나 물고기들 몸에 새겨진‘눈알’문양도 경계(공갈/협박)의 의미가 있을 뿐더러 급하면 머리가 아닌 가짜 눈을 공격하게 해 살아남겠다는 흉내 질이다. 그리고 꼬마물떼새는 천적이 알을 낳은 둥지 가까이 오면 어미새는 날개를 다친 듯,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가장해 천적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인하는 속임수, 축구선수들이 골문 앞에서 페널티킥을 끌어내기 위해 하는 거짓행동(헐리우드 액션) 또한 의태라면 의태다.‘ 모방은창조’라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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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혁 2019-05-26 01:35:10
저 혹시 이 글을 학교 ppt 제작하는 데 있어서 사용하고 싶은데, 제가 이 자료를 사용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