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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찾는 한‧중‧일… 셈법 다른 同床異夢
해법 찾는 한‧중‧일… 셈법 다른 同床異夢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11.0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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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문제 해결방안 모색하는 학술대회들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 간의 영토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최근 더욱 불거지면서 동아시아의 평화적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두 개의 국제학술대회는 동아시아 영토문제를 바라보는 학계의 시각을 다뤘다. 영남대 독도연구소(소장 최재목 철학)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상호소통과 이해’를 주제로, 조선대는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동북아 및 동남아 영토갈등의 유사점과 차이점 비교’를 주제로 했다. 쿠릴열도, 댜오위댜오, 독도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중·일 삼국의 영토분쟁에 대한 학계의 진단을 들어봤다.

 

영남대 독도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상호소통과 이해'였다.
영남대 독도연구소(소장 최재목)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는 한국, 네덜란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관련분야 전문가 80여명이 참가했다. 왈라번 네덜란드 라이덴대 명예교수(한국학)는 기조강연 「아시아제국의 충돌과 상호이해를 위한 제언」에서 “동아시아는 유럽연합의 길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유럽연합은 2차례의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를 겪으며 초국가적 연합체에 대한 공동의 이상을 갖게 됐고 이를 추구했지만, 그 이상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왈라번 교수는 대안으로 “동아시아 국가 간의 민족주의적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상호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개별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동의 관심사를 기꺼이 만들어내려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 내에서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거나 하는 감정적 대응은 국제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자제하고, 해외언론에 독도문제를 알리는 등 문화콘텐츠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는 편이 한국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라는 왈라번 교수의 제언보다 직설적인 의견도 있었다. 이케우치 사토시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공통의 토대에서 논의하는 독도/죽도 문제」에서 일본 최초의 ‘독도’ 기록 사료 『은주시청합기』에서 일본의 영토를 오키섬까지라고 주장했다. 이케우치 교수는 “지금까지 독도 논쟁의 문제점은 학문적 근거가 결여된 채 쟁점화 되는 데 있다”고 분석하면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좋은 지혜’로 한·일 간 논쟁이 되고 있는 자료를 재해석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사료는 먼저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후세의 인식을 가지고 전대의 사료를 해석해 보거나, 해당 텍스트를 읽어보지도 않고 주변 사료로부터 자설의 형편에 맞는 해석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라면서 “향후 한일관계를 돈독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의성을 배제하고 사료·사실에 마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관계를 통해 영유권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는 제안이다.

일본의 이런 제안 자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논문도 발표됐다. 벨라 박 러시아과학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이 샌프란시스코조약 제2조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일 간의 영토분쟁의 본질은 일본이 러시아 관할권하의 4개 도서(에토로프, 쿠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에 대한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일본의 다른 영토적 주장들, 예를 들면 독도(한국), 쿠릴열도(러시아), 팽호도(중국), 파라셀군도(베트남) 등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제법적 의무와 직접적으로 상충된다. 샌프란시스코조약 제2조를 간접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모든 국가들에게 영토문제는 민감한 문제이다. 따라서 영토획정 문제의 수용 가능한 해결은 소속국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일본의 도발에 현실적인 대처를 주문한 논문도 있었다. 윈후 중국 칭화대 교수는 “일본의 다오위다오 국유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힘을 과시하는 전략보다 ‘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 전략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화주의’의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품위’와 ‘책임감’을 갖추어 나가는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일본 국내의 민족주의 대두를 고려해 중국의 이러한 자세를 일본사회에 인식시키고 우익의 움직임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 중앙정부 중심의 외교에서 탈피해 일본의 당, 지방, 지역, 자위대를 포함한 다양한 대중 라인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대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의 주제는 '동해 주권 문제의 실상과 해법'이었다.
조선대에서 열린 제2차국제학술대회에서 배진수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및 동남아 영토갈등의 유사점과 차이점 비교」에서 동북아 및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지역 분쟁의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1940?1950년대 주로 발생했고, 그 근원은 식민지배와 전후처리에 관련된 영토분쟁이 대부분이며, 현재 아시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20여 건의 영토관련 분쟁 중 1/3 이상은 해양경계선 및 해양도서영유권 분쟁이라고 분석했다.

 

배 위원은 동북아 지역에는 ‘일본’이, 동남아 지역에는 ‘중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원래 국가의 영유권 인정이 어려워지고, 결국 동북아 및 동남아 지역에서의 평화적 영토갈등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동남아 지역의 ASEAN 과 ARF 등의 지역보안기구를 통한 분쟁방지 및 해결노력이 ‘양자주의 해결방식’의 동북아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독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일본에 대해 독도뿐만 아니라 대마도까지 한국 영토로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부균 한국독도연구원장은 「독도 어떻게 지킬 것이며, 대마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논리가 매우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반복주장하는 논리는 “17세기 중반에 독도의 존재 인지, 1905년에 독도를 시네마현에 편입함으로 독도영유권 재확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에 독도는 ‘일본이 포기해야 할 한국영토조항’에 포함되지 않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1905년 2월 22일 독도의 편입조치는 지배국과 피지배국 사이에서 불법적이고 일방적으로 실행된 것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연구에 대응할 체계적 체제를 구축하고, 동도와 서도를 연결, 부분적으로 매립해 독도를 유인도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마도에 대해서도 강경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세종 원년(1418)에 이뤄진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 사료와 대마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한반도 유적을 통해 대마도가 조선과 군신관계를 가졌고, 이후 벌어진 분서사건, 한인말살정책 등으로 대마도가 일본에 귀속됐음을 주장했다.

同床異夢보다 이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겠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각국들에게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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