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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순수 국내파 ‘깜짝 임용’, 이유는…
20대 순수 국내파 ‘깜짝 임용’, 이유는…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11.01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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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_ 윤보은 단국대 교수(나노바이오의과학과)

“국내파, 해외파 가릴 때가 아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연구역량이 뛰어나면 교수로 뽑는 거다. 박사학위를 막 받은 사람도 상관없다.” 홍인권 단국대 교무처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학기 신임교수로 임용한 윤보은 단국대 교수(29세, 나노바이오의과학과, 사진) 얘기다.

윤보은 단국대 교수
생체신경과학을 전공한 윤 교수는 ‘순수 국내파’다. 연세대를 조기 졸업하고, 곧바로 대전에 소재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석·박사를 했다. 박사과정 중에 4개월씩 미국과 일본을 다녀온 것 말고는 해외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런 그가 두각을 나타낸 건 2010년 9월이다. 세계 최초로 뇌 비신경세포(아교세포)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한 논문 「아교세포의 채널을 통한 지속성 가바 분비」가 <사이언스>에 실렸다. 단독저자다. 이 한편의 논문으로 신경세포(뉴런)만이 신호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학계의 이론이 뒤집혔다. 비신경세포인 아교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방식까지 밝혀낸 것이다. 신경과학 분야는 ‘텍스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실험은 순수 국내파인 그가 20대에 교수임용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발견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과연 그러한가?’

윤 교수의 실험은 연구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3년 동안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2007년 겨울. 신경과학자들의 뇌 연구는 10%에 불과한 ‘신경세포’에 집중돼 있었다. 뇌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아교세포’ 연구가 간간이 발표되고는 있었지만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논의에 국한돼 있었다.

윤 교수의 자문자답이 시작됐다. ‘뇌 속에 아교세포가 그렇게 많은데 신경세포를 돕는 역할만 할까?’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나오지 않을까?’…. 윤 교수는 뒤늦게 깨달았다. “세계적인 학자들의 논쟁에 끼어들기보다 그들이 보지 않는 부분에 호기심을 가진 게 주효했어요. 그땐 ‘좋은 선택’인지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윤 교수의 저력은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패기에서 비롯됐다. 패기의 원천은 자기 자신과 연구 주제만을 고려한 ‘선택’에 있다. 대학원을 선택할 때나 석·박사과정을 밟아 갈 때도 변함이 없었다. 예컨대 해외 유학 준비기간의 공백을 ‘경력’으로 채우려고 연구보조일을 하는 여느 대학원생과 달랐다. 윤 교수는 확고했다.

“대학교는 아니었기 때문에 평가 맞추려고 논문 쪼개기 등으로 편수를 늘리거나 저자 수 줄이려고 학생연구원 이름을 빼는 관행에서 자유로웠어요.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름 있는 대학, 해외유학 등 ‘스펙’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죠.”

그러나 그 역시 불안정한 미래를 보장받은(?) 학문후속세대였기에 불안하지 않았을까. 윤 교수는 이번 교수임용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역량을 요구하는 교수임용에서는 뛰어난 연구성과만큼 중요한 선발기준은 없는 것 같다”라는 말로 매듭지었다. 그만큼 흔들림 없는 초심이 본인의 압축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길지 않은 연구경력이지만 윤 교수는 제자들에게 해줄 말이 많다.

“꿈을 이루려고 할 때, 현실적으로 재거나 어떤 수단을 생각했는데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부분 그 현실이라는 게 오히려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아요. 남들과 견주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에요. 학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치러 해외유학을 가야하고, 유학을 가려면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많죠. 이들에겐 이게 ‘현실의 벽’입니다. ‘남들이 걸어간 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동안 (자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자기 능력을 잘 펼칠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건 또다시 자신의 몫이에요.”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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