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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피아노'부터 K-POP까지 논의는 풍성했지만…
조선후기 '피아노'부터 K-POP까지 논의는 풍성했지만…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9.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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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한국학중앙연구원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

지난 달 25일부터 이틀간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정정길)에서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가 열렸다. '한국 전통의 변모: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25개국 140여명의 국내외 학자가 모인 대규모 행사였다. 예술, 문화/인류학, 경제/통상/산업, 교육, 민속, 역사, 언어, 법학, 문학, 철학, 정치, 사회, 종교, 그리고 5개의 자유분과별 발표로 이어졌다. 이틀동안 소화하기에는 빠듯한 발표였다. '전시된 한국학'을 보는 듯한 일정이었고,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그렇다고 성과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최한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 개회식. 대강당을 가득 채운 국내외 학자들이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조 교수의 건의로 즉석에서 실시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생극론'에 대한 외국학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예술분야에서는 한류를 통해 국가브랜드이미지 전략 수립을 촉구하는 김영주 한중연 연구원의 논문이 흥미롭다. 최근 「강남스타일」로 그야말로 전 세계를 강타한 K-POP에 대한 내용이었다. 김 연구원은 「한류문화의 경제성과 국가브랜드이미지 제고의 상관관계-한국전통음악과 K-POP을 중심으로」에서 수천 년 문화를 가진 전통음악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POP의 장단점을 보완해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상생을 도모했고, 나아가 국가브랜드이미지 제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 연구원은 상생의 사례로 세네갈의 유순두르가 이끌고 있는 아프로비트, 아르헨티아의 아스토르 피아졸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탱고, 브라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 의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보사노바 등 대표적인 음악장르들의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가를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전통음악과 K-POP의 음악적 결합을 모색했다. 또한 우리 전통음악의 지역성과 K-POP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교육·관광시스템을 제안해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적용시켜 국가브랜드이미지 제고에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앨리슨 토키다 도쿄 공업대 교수는 한국음악사 발달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던 피아노에 주목했다. 그는 19세기 유럽에서 피아노가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중산계급의 성장과 함께 발달돼 왔듯이, 동아시아에서도 산업화, 근대화는 피아노 음악 발달에 영향을 줬다고 전제했다. 오늘날 전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피아노와 오르간을 적극적으로 유입한 19세기 후반의 조선시대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앨리슨 교수는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피아노가 근대 도시 문화 발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당시 동아시아의 다른 국제적 도시들(오사카, 고베, 상하이 등)의 경우와 조선의 상황에 대한 비교, 분석도 시도한다.

문화·인류학 분야에도 주목할 논문이 많다. 카롤리나 메라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교수는 「한국디아스포라를 통해 남쪽을 발견. 아르헨티나와 남미의 한국인」에서 1965년에 시작된 아르헨티나 한국이민사를 들여다본다. 카롤리나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한국교포들의 특징으로 첫째,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는 높은 재이민률(특히 미국 및 캐나다로), 둘째, 이민 계획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개인사업 창설이 가족단위 이민으로 이뤄지는 점을 꼽았다. 1991년부터 2011년이라는 최신 통계자료를 통해 도출된 자료라 아르헨티나 교포들의 사회관계망을 들여다보는 데 좋은 자료로 보인다.

또한 실비아 로제바 호주 커틴대 교수는 스스로 이주자로 보낸 10년의 경험을 통해 바라본 호주의 한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남녀동권주의 방법론으로 분석했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호주의 경제를 담당하는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카롤리나 교수의 아르헨티나 상황과 비교해 읽을 만하다.

경제 ‘기적’을 낳은 대한민국의 원동력을 ‘영어’에서 찾은 논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조지 바카 뉴욕시립대 교수는 「영어 열풍: 대한민국 속에서의 외국어와 계급투쟁」에서 OECD와 G-20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체를 파헤쳤다. 조지 교수는 IMF체제로 심화된 계급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영어’에 집착했음을 지적하고, 한국 학생들의 영어 학습 실태를 분석한다.

몇가지 비판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해외 한국학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전문성'의 측면에서 진단한 김종명 한중연 교수(한국문화학)의 논의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점차 늘어가는 해외한국학 교육기관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해외한국학’ 교육: 국내외 비교」에서 한중연 한국학대학원 국제한국학부와 미국 UCLA 아시아문화학부의 한국학프로그램을 비교분석했다.

1985년 한국어 강좌가 처음 개설된 후, 불교학, 문학,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교수가 초빙되고 1990년대 초 박사과정이 개설된 UCLA 한국학프로그램은 현재 3명의 강사가 추가 초빙돼 UCLA의 중점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국내에서 해외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인적 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회학을 하면서 한국의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경우, 이는 한국학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사회를 주제를 하는 일반사회학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교수진의 전문성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청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미선, 효선)으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2008년 광우병 사태에 이르러 새로운 집회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캇 키스 한중연 연구원은 「주주의 변화의 국면: 2008년 촛불 집회와 ‘떼 지성’」에서 집회를 독특하게 만든 것은 다양한 집회 구성원과 집회 참여 방식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촛불집회는 중학생부터 아줌마의 ‘유모차 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집회가 조직되는 방식 또한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참여였다. 스캇 연구원은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소개한 ‘다중’ 개념을 2008년 촛불 집회를 설명하는 유용한 툴로 제시한다. 영향력 있는 활동가들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온라인상의 토론광장에서 연결되는 양상을 통해 ‘떼 지성’(Swarm Intelligence) 개념의 작동원리를 살폈다.

'한국학' 사업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소관으로 정리돼 탄력을 받고 있다. 한중연이 주관한 이번 세계한국학대회는 '규모'를 떠나 더 본질적인 문제인 한국학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과제로 남겨놓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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