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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박사학위자’ 꿈의 방정식은?
새내기 ‘박사학위자’ 꿈의 방정식은?
  • 이지은 이화여대·해석학
  • 승인 2012.05.17 10: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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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이지은 이화여대·해석학

 

이지은 이화여대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박사 年 만명 시대… 기쁨은 짧고 고민은 길다’는 기사의 타이틀을 보며 깊이 공감했다. 요즘 화두가 되는 말인 비정규직 박사, 배고픈 시간 강사, 간판만 박사, 백수 박사 등 박사학위 소지자들에겐 암울한 그림자들이 드리워지고 있다.

나의 경험에 비춰 봐도 힘든 대학원 시절을 보낸 뒤, 박사학위를 받고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은 기쁨은 잠시였고,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그토록 원하던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고, 무척이나 답답한 현실 때문에 괴로웠다. 누군가가 이러이러한 길이 있다고 제시해주거나 가이드라인이 돼 주는 책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진로의 다양성 때문인지 아쉽게도 그 삶에 대한 정답은 없었고 명쾌한 길도 없었다.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각자의 전공학문이 주는 즐거움과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열심히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대학원생들에 대한 육성사업으로 장학금을 지급했고, 또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이 막상 졸업한 시점에 과연 그들이 사회에서 진출할 곳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현실 세상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풀어야 할 큰 문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에서도 그러했듯이 박사학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선택 범위는 아주 협소하고, 그러한 직업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오픈돼 있지 않고 인맥이나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라는 지원사업은 새내기 연구자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신생 박사학위자들이 연구의 역량을 높이고 짧은 기간이지만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기회가 적고 단기간이라 기간이 끝나는 시점의 스트레스와 불안함은 극도에 달한다. 알 수 없는 미래뿐만 아니라 직업의 장들도 너무 협소해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오랫동안 학문후속세대 생활에 접해오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발언이다. 과연 새내기 박사학위자들 또는 신진 연구자들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이며 어디인지 묻고 싶다. 대학 전임교수 임용만이 이러한 상황의 불안함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새내기 박사학위들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전임교수의 꿈을 이루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인터넷이 발전해 하이브레인넷과 같은 사이트에서 선배 박사학위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들이 있어 다행이다. 선배학자가 먼저 연구자와 교수로서의 길들을 제시함으로써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다양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어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소외됐던 새내기 신진 연구자들(연구경력 5년 이내), 즉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관심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있고 그들을 위해 대학 내에 리서치 펠로우(research fellow)라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여서 좀 더 안정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길들, 즉 연결고리가 생기는 중요한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수학에서 방정식을 풀고 이를 응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1차나 2차 방정식과 같이 쉽게 공식에 의해서 해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사리 공식에 의해서 풀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러한 경우 근의 근사값을 구하는 방법을 뉴턴의 방법(Newton's Method)이라고 한다. 뉴턴의 공식에서 초기 값이 근에 가깝지 않은 경우 그 결과의 값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꼭 주의해야 한다. 새내기 박사학위 소지자들에 대한 꿈의 방정식의 초기 값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사회의 문제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 사회에서 논의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꿈의 방정식의 해가 아니더라도 근사값을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고리들과 직업들이 생성되길 바란다. 앞으로는 많은 신진연구자들이 꿈의 방정식의 해를 찾아 갈 수 있는 풍성한 솔루션들도 제안되고, 근사적으로나마 해를 얻어 입가에 미소를 짓는 날들이 오는 사회로 발전되기를 고대한다.

이지은 이화여대·해석학
이화여대 수학과에서 박사를 하고, 현재 이화여대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주 연구 분야는 ‘함수해석학-작용소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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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갑 2013-01-05 10:32:03
박사 만명 중에 학교나 정출연 정규직 자리로 갈 가능성은 별로 없고, 리서치 펠로우니 뭐니 해도 일년에 몇자리나 더 생길까요. 어차피 학교 등에서 나오는 자리는 국민 세금과 학생 등록금에서 충당되는데, 얼마나 지원이 늘어날 수 있겠소?.... 결국 대부분의 학위자가 게되는 사기업 연구원에 대한 처우 문제에 더 고민해야 합니다. 정년이나 전공 훈련을 포함해서, 박사학위자들이 기업체에 잘 적응하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