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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트렌드로 등장한 현대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메가 트렌드로 등장한 현대 사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2.01.0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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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좌담_ 미래, 미래학을 논하다

미래학은 예언이 아니라 미래 ‘예측’이다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

2012년 임진년이 밝았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는 등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힐빙’을 통해 미래를 고민하는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미래, 그리고 미래학은 어떤 모습일까.

● 일시: 2011년 12월 19일 오후 4시
● 장소: 교수신문사 회의실
● 참석자: 데니스 모간 한국외대 교수(영어통번역학부), 발레리 한(우즈베키스탄 역사연구소 부소장), 박헌렬 중앙대 교수(화학과, 국제힐빙학회 회장)
● 사회 및 정리 :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
● 사진 :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사회: 감사합니다. 미래학에 관한 논의는 한국에서 처음이다. 미래학에 대한 막연한 이해가 있다. 앨빈 토플러의 책이 소개됐지만, 미래학은 어떤 학문인지 말씀해주시기 부탁드린다.

모간: 미래학은 1950년대에 시작됐고, 사회학에서 사회변동에 대한 이해와 관련해 시작됐다. 특히 기업의 급격한 성장과 쇠퇴가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미래에 관한 관심에서 미래학이 시작됐고, 또 다른 경우는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 군사적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계획하는 수준에서 시작됐다. 학술적인 수준에서 1960년대 본격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산업문명의 파괴적인 효과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졌고,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에서 동태적인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21세기 인류의 파국을 경고했다. 기술의 발전이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기술의 발전이 파국을 가져오는가? 외부성이라고 인식된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이루어졌다. 또한 인공지능, 로보틱스, 생명공학 등의 발전과 관련된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현대적인 미래학이 발전됐다.

사회: 발레리, 모간의 이야기에 덧붙일 이야기가 있는가?

발레리: 미래학이 학술적인 분야가 될 수 있는가?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접근이 있다. 첫째는 종교적인 접근으로 인류의 최종적인 파국을 내세운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둘째는 플라톤, 캄파넬라, 생시몽, 오웬, 칼 마르크스 등은 이상적인 미래를 논의한다. 철학적 개념에 기초한 이상적 사회를 이론적으로 논의한다. 이들은 18세기와 19세기 현실을 바탕으로 이러한 논의를 제시한다. 셋째, 과학적 접근은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하드 사이언스의 방법을 사회과학이 활용해 20년 후 혹은 50년 후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강조한다. 그리고 환경파괴의 결과나 핵전쟁 후의 겨울(nuclear winter) 등에 관한 논의처럼 화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하드 사이언스와 사회과학의 엄밀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시나리오에 기초해 미래 상태를 예측한다. 과학적 접근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증명 가능한 예측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철학적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경제발전, 인구변화 등을 포함한 미래 상태를 논의한다. 미래학은 철학적 접근과는 달리 구체적인 시기와 상태에 관한 논의를 포함한다.

모간: 한 가지 덧붙이자. 미래학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있다. 미래학은 예언(prediction)이 아니라 예측(forecast)을 강조한다.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을 가장하다면, 어떤 미래 상태가 될 것인가를 예측한다. 그러므로 시간적으로 먼 미래일수록 예측이 더 어렵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멀어질수록, 과학소설에 더 가깝게 된다.

박헌렬(박): 모간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미래학은 가능한 그리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미래학이 예술인가, 철학인가, 과학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미래학은 더 거대하고 광범위한 미래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갈 올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기 위한 방법과 지식은 자연과학과 경제학인 사회학과 같은 사회과학에 비해서 덜 엄밀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래 다가올 상태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 미래학의 속성으로 세 분이 공유하고 있는 점은 ‘예측’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학에서 “미래”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미래는 가설적인 상태에서 논의된다. 예를 들어, 매년 연초에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주가 등 경제지표에 대한 예측치가 제시된다. 이러한 예측은 예언에 가깝다. 이러한 예측도 미래학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가?

모간: 그렇다. 광의의 의미에서 그런 것도 일종의 미래학이다.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말, 연초에 제시된 경제예측치가 대부분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된다(웃음).
모간: 연초의 경제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복합적인 분야이나, 기존의 접근은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다.

발레리: 모든 학문은 각기 다른 수준에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사회학의 경우 추상적인 거시적인 수준과 구체적인 미시적인 수준 그리고 중간 정도의 중범위 수준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미래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메타이론 수준에서 거시적인 변화를 논의할 수 있고, 20년 정도의 사회변화는 중범위 수준에 속한다. 주가예측은 구체적인 수준의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분석과 메타이론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대단히 다르다.

모간: 미래학은 속성상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접근이다. 주가예측은 아주 협소한 전제 속에서 이루어진다. 미래학은 전체적인(holistic) 조건을 고려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가예측과 매우 다르다. 기업이나 정부도 전체적인 조건에서 미래 상황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학자들의 자문을 자주 받는다.

사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미래학의 세 가지 특징은 간학문적이고, 종합적이고, 동태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은 미래학의 큰 원칙이다. 학생들과 일반 대중은 미래학 연구 방법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관심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모간: 구체적인 미래에 관한 관심은 기업 경영이나 정부 계획에서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의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은 미래의 경영을 예측하고 생존 방법을 찾고, 정부도 미래 10년 후의 상태를 예측하고 그러한 예측 하에서 대비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예들은 이미 활용되고 있는 미래학의 예이다.

발레리: 미래학 연구 방법은 분석 수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인 수준과 구체적인 수준으로 구분한다면, 미래학의 분석 방법은 모형구성(modelling)에 달려있다. 대표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들 수 있다. 또한 미래학의 전제는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미래를 만드는가? 수학과는 달리 사회적 행위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미래학의 인식론이다. 예를 들어, 나는 미래가 생산, 이익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것이 하나의 메가 트렌드의 결과이고 또한 인간의 실천적 개입의 결과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실천 자체가 중요한 메가 트렌드를 구성할 수 있다.

사회: 메가 트렌드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변화가 어려운 추세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닌가?

발레리: 메가 트렌드 분석에서도 인간의 개입에 의한 변화가 가능하다. 메가 트렌드의 분석에서도 미시적인 수준의 분석이 가능하다. 2012년 한국의 상황도 메가 트렌드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 1년이나 2년의 분석에서 단지 자료의 제약이 문제이다.

사회: 한국의 2015년이나 2020년 미래를 논의할 때, 자료의 부족을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2020년이나 2050년 미래를 논의할 때 우리는 어떤 종류의 자료가 필요한가. 우리는 모델과 시나리오에 기초해 미래를 논의한다. 다양한 연구방법과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간: 한국도 세계화와 더불어 다양한 외부 요소가 한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의 사회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정치적 요소들이 모두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박: 미래 연구의 대상과 방법은 우리가 미래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물질적, 문화적 황폐화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미래학의 대상, 방법론과 관련될 수 있다. 내 경우,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힐빙과학기술은 물질적, 문화적 피폐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학 연구에 포함될 수 있다.

발레리: 방법론과 관련해 추가하자면, 풍부한 자료(경제적 파라미터, 인구학적 자료)만으로 미래예측을 할 수 없다. 인간을 수학적 단위로 계산하지만, 인간은 영혼과 정신을 지닌 계산될 수 없는 존재이다. 두 가지 예를 들자면, 2년 전 나토(NATO)에서 테러리즘과 세계화에 관련된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초청자가 모두 역사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 인문학자들이었다. 나토 관계자는 과거 테러리즘을 이해하기 위해서 군사적 압력, 재정적 압력 등 측정 가능한 자료를 다루는 경제학, 정치학 연구자들을 초청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누가 광신적인 무슬림인가를 이해하는데 이데올로기, 정치적 상황, 경제적 상황만이 아니라, 인간이 습득한 문화와 종교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나토 관계자들이 이해한 것이다. 올 해 유네스코에서 현대 교육문제를 다루는 모임에서 유럽중심주의를 지적한 적이 있다. 다문화 교육을 강조하는 유네스코와 같은 조직에서도 서구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비서구 역사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다. 유치원에서 산수 공부를 할 때 한국 아동은 1+1을 이해할 때, 한국 아동은 컴퓨터 두 대로 이해할 것이고, 아프리카 아동은 바나나로 이해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 아동은 아프리카 아동을 같은 아이로 생각하기 힘들다. 미래를 이해할 때,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의 의도, 심리, 꿈을 고려해야 한다.

모간: 관련해 이스탄불 미래학 회의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여한 대만 학자가 5년 10년 후의 농업에 대한 예측치를 제시했다. 인상적인 발표였다. 학술대회 조직자가 대만 참가자에게 농부들을 만나서 이야기했는가라고 물었다. 대만 학자는 농민은 무식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사회자는 농민들이야말로 당신보다 농사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구체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이러한 문제는 사회학이나 다른 학문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어떻게 연구 대상을 연구하는가? 우리가 미래를 연구할 때, 어떤 행위자가 고려 대상이 돼야 하는가? 정부, 기업, 노조, 일반 대중 등 다양하다. 우리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2030년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떤 행위자가 고려돼야 하는가? 우리가 구체적인 연구를 할 때, 분석 수준의 선택이 필요하다. 이미 수행한 연구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예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간: 메가 수준에서 글로벌 워밍에 대한 논의에서 급격한 기온상승과 완만한 기온상승에 관한 시나리오를 다룬 적이 있다. 급격한 기온상승은 ‘핵폭발 후의 겨울’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논의했다. 인류의 활동에 의해서 인류가 멸종되는 시나리오를 논의한 것이다.

발레리: 한 가지 흥미로운 접근은 미래의 상황을 통해서 현재의 행동을 교정하는 흥미로운 접근이 있다. 사이너제틱스(cynergetics)의 자율적 조직이론(theory of self-organiz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화학과 물리학에서 시작됐지만, 사회학이나 인류학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한 이론이다. 시스템이 안정되기 위해서 그리고 시스템이 발전하기 위해서 협동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 미래의 문제를 상정해 현재의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모간: 네오 뒤르케임(Neo-Durkheim) 접근으로 보인다.

사회: 박 교수님은 한국과 국제 사회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과학자라로 생각한다. 국제힐빙학회 회장이기도 한데, 미래학과 관련된 힐빙 문제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 왜 힐빙문화와 힐텍을 논의하는가? 현대 사회는 과잉 소비와 자연자원의 낭비를 통해서 유지되고 있다. 물질주의적인 가치가 소외와 박탈, 정신질환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된다면, 어떠한 상태에 다다를 것인가? 힐텍은 이러한 미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접근이다. 힐빙문화는 미래지향적인 문화로 인간과 자연의 융합을 모색하는 전통적인 한국문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모간: 이러한 접근은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건강한 관계회복과 건강한 가치관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한 걸 더 나아간 접근이다.

발레리: 미래는 글로벌하고 복잡한 과제이다.

사회: 미래학은 매우 열린 분야이며 동시에 분과학문으로 나눠진 기존의 학문분류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분야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래학의 발전은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한 인류사회 혹은 인류문명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미래학적 접근은 메가 트렌드로 등장한 위기경향에 대응하는 학술적 접근이다.

모간: 맞다. 미래학은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응하는 학문적인 대응이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이를 학술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미래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생태학적 위기에 개입이 없이는, 생태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해 인류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박: 한마디로, 지구적인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사회: 감사합니다. 한국의 독자들이 미래학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미래학의 모습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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