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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2011.12.19~25)
새로나온 책(2011.12.19~25)
  • 교수신문
  • 승인 2011.12.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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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프리드리히 키틀러 지음, 윤원화 옮김, 현실문화, 368쪽, 20,000원
이 책은 키틀러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주로 광학적 영역에 적용되는 키틀러의 中期 미디어 이론을 비교적 알기 쉽게 소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키틀러가 1970년대에 이단적인 소장파로서 학자 생활을 시작했던 독일 문학 및 문화학 쪽에 관한 최소한의 일반적 지식을 전제하고 있다. 그의 주저라 할 『담론 네트워크』,『축음기, 영화, 타자기』에서 상당수의 논제를 추출한 이 책은 키틀러의 미디어 이론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주제들과 키틀러 특유의 괴팍함을 함께 선사한다. 주체가 언제나 대상에 종속된다고 보며, 인간의 지각이 물리적 현실과의 인터페이스를 형성한다고 간주하는 키틀러였기에 책 제목은 '시각적 미디어'가 아닌 '광학적 미디어'로 제시했다.

■ 루시, 최초의 인류, 도널드 조핸슨 지음,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596쪽, 23,000원
 1974년 11월 30일, 에티오피아의 하다르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춘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500만 년 인류 역사 진화의 역사에 가장 획기적 발견이라 불리는 최초의 인류 '루시'라는 명칭이 그에게 부여됐다. 이를 놓고 고인류학자들의 불꽃튀는 논쟁이 이어졌다. 출간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책이 생생한 지식과 가슴 뛰는 감동을 선사하는 명저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고인류학의 생생한 역사와 인류학자들의 치열한 학문적 논쟁 과정을 논리적이고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데 있다. 재출간된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루시 이후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면서 인류학적 지식 면에서는 오류로 판명되거나 바뀐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꼼꼼한 주석을 추가했다.

■ 문명의 충돌과 미술의 화해, 권영필 지음, 두성북스, 456쪽, 28,000원
실크로드 역사는 청동기 시대에서 시작해 17세기 대항해 시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2천500년 가량 된다. 동서문물 교류의 이 도도한 흐름은 고대 한국의 미술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가했다. 신라 왕실은 로만글라스를 수입했으며, 고구려 화공은 서방 기법을 활용했다. 밖으로는 서아시아 아프라시압 벽화에 고구려인 초상을 남겼고, 고구려 화승 담징은 일본 호류지 벽화를 서역화법으로 그렸다. 한편 17세기 일본에 건너간 초기 서양화 역시 일본 미술계에 흥미로운 미술 현상을 빚어내도록 재촉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실크로드 미술은 한낱 옛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지금도 진화하는 '실크로드' 개념을 이 책에서 펼쳐 보인다. 그 중에 '문명의 충돌과 미술의 화해'는 그의 오랜 연구의 결정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 여씨춘추, 여불위 지음, 정하현 옮김, 소명출판, 861쪽, 59,000원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으로 번역된 이 책은 전문 학자에게는 익숙하나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책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 말 秦나라의 승상 呂不韋가 자신의 문객들을 동원해 편찬한 이 책에는, 제자백가의 사상을 종합해 천문학, 지리학, 음악, 농학, 의술 등에 대한 다양한 관심들이 반영돼 있다. 특히 군주의 통치에 이용한다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철학적인 사상서보다 정치 이론서의 측면이 더 두드러진다. 다양한 논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군주론이다.

■ 알튀세르 효과, 진태원 엮음, 그린비, 872쪽, 38,000원
이 책은 2009년 3월 공동기획된 이래 2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출간된 것으로, 해외 학자들의 논문을 번역한 9편의 글과, 국내 연구자들의 글 10편을 수록하고 있다. 총 4부에 걸쳐 알튀세르의 '주제들', '원천들', '동시대인들', '장래들'을 다루는 이들 19편의 논문들은, 스피노자 전공자이면서 알튀세르와 에티엔 발리바르, 자크 데리다 등 현대 프랑스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은 진태원 교수가 직접 선별하고 구성틀을 짠 것이다. 출간 전 2010년 8월 '알튀세르 효과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때의 뜨거운 열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알튀세르 사상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여전히 현실적인 효과들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고, 그의 사상과의 비판적 대결을 통해 독자적인 이론 세계를 구축한 현대 사상가들의 작업에 미친 알튀세르 사상의 영향까지 확인할 수 있는 문제작이다.

■ 이상이, 복지국가의 길을 걷다, 이상이 쓰고 엮음, 도서출판 밈, 404쪽, 16,000원
'역동적 복지국가론'의 주창자이자, 복지국가 운동의 중심에서 고군분투한 북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의 최근 2년에 걸친 복지국가 운동 기록이자 대한민국 복지국가 운동의 기록이다. '무상급식' 논쟁을 넘어, '보편 대 선별' 복지 담론으로, 이는 다시 '복지국가 단일정당'으로, 나아가 복지국가 정치세력의 결집을 위한 '시민정치운동'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사회의 복지국가 운동의 주요 논쟁과 그 해법을 모두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총성과 대선을 맞이한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복지국가 세력에게 그 로드맵이 돼 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을 '중도 진보' 정당으로 바꿔야 하며, 이것 없이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 제국 일본의 문화권력, 서정완?임성모?송원석 편,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지음, 小花, 596쪽, 32,000원
한림학일본연구총서의 첫 기획테마로 출간된 책이다. 모두 10권으로 예정된 이 시리즈는, 일본이 제국을 지향하는 19세기 말에서 1945년 전후까지의 기간을 중심으로 식민권력과 식민지를 포함하는 '제국일본'의 시공간에 주목하고, 거기서 전개된 '문화권력'의 실체를 규정하기 위해 기획됐다. 시리즈의 제1권인 이 책은 '제국일본의 문화권력'에 대한 공동작업의 성과를 한 데 모은 것이다. '제국일본'이라는 시공간 아래에서 작동된 문화권력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식민권력의 본질을 찌르는 접근이 될 수 있다는 게 편저자들의 생각이다. 이는 동시에 동아시아에게 또는 조선에게 '근대'란 무엇이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고민을 제기한다. 

■ 족보와 조선사회-15~17세기 계보의식의 변화와 사회관계망, 권기석 지음, 태학사, 680쪽, 35,000원
한국사에서 집단적 가계기록이라는 정의에 부합되는 형태의 족보가 처음 확인되는 시기는 15세기다. 족보가 본격적으로 양반사족층 사이에 일반화된 것은 17세기 이후이며, 18~19세기에 이르면 양반가문의 문벌의식을 상징하는 기록물로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족보가 단순 인명록이 아니라, 가족 및 친족 제도의 변화에서부터 과거 및 관료 제도의 운영, 신분 및 계층의 분화와 이동, 양반 사회의 인맥 형성, 촌락 및 군현 등 지방사회의 동향에 이르기까지 시대상을 폭넓게 보여주는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저자는 15~16세기 족보의 전형적 형태였던 내외종합보가 출현할 수 있었던 역사적 조건을 수보 참여층의 사회적 위상과 명족의식의 표현 양상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 중국을 고민하다, 정재호 편저, 삼성경제연구소, 408쪽, 20,000원
부제는 '한ㆍ중 관계의 딜레마와 해법'이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서해에서 벌어진 중국 불법어선 사건이 딜레마에 처한 오늘의 한중관계를 잘 보여준다면, 이 책은 이 딜레마를 넘어 해법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속담에 '두꺼운 얼음은 결코 하룻밤 사이에 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한중관계의 올바른 정립이 필요한 시점에 나온 책이라 메시지가 유용하다. 특히 한중관계가 점차 더욱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러한 전제 위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유발될 소지가 큰 7개 영역-경제 통상 마찰, 북한과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격차, 한미동맹을 둘러싼 갈등 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치밀하게 검토한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과 정책, 한국의 입장과 대응 방안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고민 어린 분석과 제안을 함께 담고 있다.

■ 토포필리아, 이-푸 투안 지음, 이옥진 옮김, 에코리브르, 416쪽, 22,000원
환경 미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성취했다는 평을 듣는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이 물질적 환경과 맺는 정서적 관계를 포괄적ㆍ상대적으로 바라본다. 사람을 환경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이다. 환경 문제를 고려한다면 사람과 환경의 친화감을 고려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지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다각도로 이 주제에 접근한다. 인간 종, 집단, 개인이라는 지평에서 사람이 환경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관찰한다. 문화의 차이가 태도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숙고하고, 그것이 도시 거주자에서 야생지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그림ㆍ문학ㆍ경관ㆍ'이상향'에 대한 꿈, '만족과 기쁨'을 향한 열망에 반영되는 방식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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