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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대, ‘노동과철학’ 개설…인문계 교수 대거 임용
벤틀리대, ‘노동과철학’ 개설…인문계 교수 대거 임용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8.2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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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가_ 비즈니스에 부는 인문학 바람

비즈니스 분야에도 인문학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스티브잡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IT기업의 CEO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구글도 올해 신규채용 인력 6천명 중 5천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뽑겠다고 밝혔다.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은 “사용자환경(UI)을 개발하는 데는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기술만큼 중요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4일 삼성경제연구소도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경영의 복잡성이 증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며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대학에서도 경영학에 인문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경영만 배워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특히 경영학 전공자가 문장력과 논리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고민이 많다.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올해 경영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문학이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 수업은 전공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따로 해야 하는 따분한 활동으로 여겨져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몇몇 교육과정에서는 인문학을 경영 교육과정에 더욱 깊이 있게 연계시켰다.

그 중 하나가 벤틀리대에서 개설한 ‘노동의 철학(philosophy of work)’이라는 과목이다. ‘노동의 철학(philosophy of work)’은 올 여름 카네기 교육진흥재단이 ‘다시 대학 경영교육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발행한 잡지에서 우수 교육과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과목은 캐롤린 H. 마지드 철학전공 교수가 맡고 있다.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노동’에 대한 개념과 도덕의식에 대해 배운다. 교육과정은 21세기 노동과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오늘날 노동자가 직면한 도덕적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해 성찰하도록 구성돼있다.

타 학문분야와 인문학의 융합 과정에서 교수들의 임용 판도도 달라졌다. 벤틀리대는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경영전문대학이지만 최근에는 인문계 교수들도 대거 임용됐다. 현재 벤틀리대에는 176명의 경영학 교수와 109명의 예술과학 교수가 있다.

벤틀리대에서 예술과학학장을 맡고 있는 다니엘 L. 에버렛 교수 역시 지난해 벤틀리대에 들어오기 전 일리노이주립대, 맨체스터대, 피츠버그대 등 내로라하는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음성학을 가르쳤다. 다니엘 교수는 “경영대학에 오게 될 줄은 전혀 상상초자 못했다”라며“인문·사회과학이 나아갈 미래는 직업 교육과의 통합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니엘 교수는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문계 출신 전임교원의 수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인문학이 다른 전문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며 융합 과정에서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음을 다니엘 교수는 전망하기도 했다.

‘융합’이 대학 교육의 키워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여러 분야에 인문학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경영’과 ‘인문’이 더욱 긴밀히 통합된 벤틀리대의 사례에서 융합의 새로운 방향과 인문학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옥유정 기자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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