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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국문학, ‘실용학문’으로 거듭날 것”
“삶을 위한 국문학, ‘실용학문’으로 거듭날 것”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8.1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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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정병헌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숙명여대)

1952년 부산에서 결성된 국어국문학회는 6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장 오래된 학회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학회가 점차 전문화되면서 모학회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국어국문학계 모학회로서 종갓집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정병헌 숙명여대 교수(한국어문학부, 60세·사진)는 6월에 제37대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로 선출돼 막 임기(2년)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인문학의 위기’, 그 중심에 놓여있는 국어국문학회는 어떨까. 정 대표이사는 “인문학에 대한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인문학이 결국 모든 콘텐츠에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병헌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숙명여대 한국어문학과
△ 국어국문학회는 인문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역사가 오래된 반면 너무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해왔다. 국어국문학의 세계화라든가, 학문의 경계 허물기 같은 업적을 쌓아 놨다. 다만 분산돼 있는 결과들을 묶어서 정리하는 작업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2년 동안 그 성과를 묶어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대한 시리즈로 엮어내기보다는 기획주제로 정선된 성과만 모아 두 권의 단행본으로 만들 생각이다. 하나는 ‘세계화를 위한 국문학’, 또 하나는 ‘학문간 융합’정도가 될 것 같다.”

△ 타 학회와는 달리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쓰고 있는데, 법인인가.
“아직은 아니다. 초기 학회가 생겨날 때부터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결성 당시부터 법인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운영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법인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법인이 되면 우선 기금확보에 용이하다. 또, 업무의 영속성을 위해 필요하다. 연구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거기에 관여하는 상근 요원이 있어야 집행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현재는 2년마다 새 대표가 선출되면서 모든 이사진이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에 살림을 늘려가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학회가 세부전공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추동력을 잃었기 때문인 것 같다.”

△ 학회가 점점 세분화되면서 모학회의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문제의 돌파구, 오늘날 모학회로서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목표는‘소통’이다. 서로 모여서 자부심을 갖고 소통하는 장소가 돼야 할 것이다. 국어국문학회가 학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 때문에 현재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세부적인 전공으로 학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학회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소규모 학회나 지방분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역할들이 분명 있다. 학회의 융합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래서 하루 정도 국어국문인의 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대대적인 학회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국어국문학계에서 대두되는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국문학이 실용주의나 상업주의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시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문학은 대단히 실용적이고, 또 상업적이다. 영화 「전우치」는 소설 『전우치전』이 있어서 가능했다. 기반이 되는 것이 다시 태어나면 큰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처럼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언론으로도 가고, 연극도 하고, 정치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문학은 모든 분야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다. 국어국문학자들이 그런 생각으로 제자를 양성한다면 국문학의 미래가 밝을 거라 생각한다.”

△ 임기동안 어떤 일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
“삶을 위한, 통일을 위한, 민족공동체를 위한 국어국문학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삶과 관련된 국어국문학의 영역을 좀 더 확대시켜서 실용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상당히 어려워졌지만 통일과 관련해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어국문학 연구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연변이나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민족공동체의 국어국문학에 대한 연구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사진  옥유정 기자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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