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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법칙 없는 중국, 자본주의 아니다”
“가치법칙 없는 중국, 자본주의 아니다”
  • 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 승인 2011.08.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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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중국 상해교통대‘한·중 마르크스주의의 연구의 성과와 최근 동향’학술대회 강평기

지난 20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대학원 정치경제학과는 중국의 상해교통대학 마르크스주의학원(학원은 우리나라의 단과대학에 해당한다)과 ‘한·중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성과와 최근 동향’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상해교통대학 마르크스주의학원의 李國峰교수가 연락하고 제안함에 따라 성사됐다. 상해교통대학 마르크스주의학원이 국제적 교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대학원 정치경제학과가 있고 또 <마르크스주의연구>(한국연구재단 등재지)라는 잡지도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마르크스주의를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를 제안한 것이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목소리

이번 한·중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상해교통대 마르크스주의학원의 후한진(胡涵錦) 부원장과 천평(陳鵬) 교수, 그리고 뤼 쉬롱(呂旭龍) 교수가 발표했으며, 경상대 측에서는 정성진 사회과학연구원장과 필자가 발표했다.

후한진 부원장은 사회주의 이론을 주로 연구하는 학자로서, 이번에「사회주의 핵심가치체계 선전교육에 대한 심화적 사고」를 발표했다. 그는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체계는 사회주의 노선, 무산계급 독재, 공산당의 영도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견지의 네 가지로 꼽았다. 이들 기본원칙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후한진 부원장의 발표를 듣고 있노라면 중국 공산당의 주류 담론을 그것도 1990년대를 거슬러 가서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또 불만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른바 사회주의 이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변화 과정을 고려해 볼 때 후한진 부원장의 발표내용은 정말로 당 지도부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발표논문 제목만 놓고 본다면 천평 교수의 「마르크스의 관점으로 본 국제경제 게임」이 가장 눈길을 끌었지만, 기대와는 다른 발표 내용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주류 경제학에서 많이 다루는 게임이론을 국제정치경제에 적용해 보는데 그것도 마르크스의 관점에서라니! 하지만 이런 기대는 산산 조각났다.

천평 교수의 주요 내용은 국제정치경제 관계에서 중국이 주체성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세계가 변화·발전하는 과정을 그 구체적인 생산방식에 의거해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의 토론자였던 필자가 국제관계를 게임이론에 기초해 연구하는 시도가 중국에는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답변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제목을 보고 기대한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천평 교수의 발표는 좋게 해석하면 복잡하고 급변하는 국제관계에서 주체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조금은 삐딱하게 보면 大國崛起를 위한 연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뤼 쉬롱 교수는「‘성별평등’의 요구, 왜곡 그리고 재인식: 딩링(丁玲)의 작품으로 본 여성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충돌과 융합」을 발표했다. 딩링의 문학작품을 분석해 이로부터 여성억압과 해방의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전통적인 중국 사회에서 여성억압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9년 이른바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중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많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사회주의 사회에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을 딩링은 문학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뤼 쉬롱 교수는 이런 딩링의 작품을 재해석함으로써 사회주의 여성주의의 성별 평등을 강조하고자 했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측에서는 먼저 정성진 원장이「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해방 후 현재까지 좌파의 흐름을 조망한 다음 주로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진화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이념적 지형도를 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발표자인 필자는「1990년대 이후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고찰」을 발표했는데, 그 주된 내용이 1949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1978년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경제 발전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로 지적하며, 국가 관료들이 집합적 자본가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중국 측 교수들에게 귀에 거슬렸는지 발표가 끝나자 많은 질문과 반박이 나왔다. 그 중에서 천평 교수는 가치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중국을 두고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후한진 부원장은 시장경제라는 말을 타고 있지만 사회주의라는 사람이 그 말을 타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것들은 대체로 1990년대 중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하는‘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전제로 한 주장이었다.

중국 학자들의 질문과 반박

한·중 국제학술대회는 간혹 긴장되는 논쟁이 있었음에도 대체로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양측은 연구자들의 학술교류를 위한 협정서를 체결했다. 또 중국 측 교수들은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발간하는 <마르크스주의연구>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중국을 방문해 달라는 중국측의 요청도 있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길을 열게 됐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구축해오던 마르크스주의의 국제적 네트워크에 중국도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이정구 경상대·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

경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중국에서의 자본축적의 특징과 이윤율 추이」, 공저서로는『대안세계화운동 이념의 국제비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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