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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다문화시대의 대학언론
[교육단상] 다문화시대의 대학언론
  • 손병우 충남대·언론정보학과
  • 승인 2011.07.04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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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우 충남대·언론정보학과
문화 간 결혼이나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농촌과 공단 지역 등 한국 사회의 다문화 상황은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상황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대학 강의실의 수강생 구성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들을 함께 가르치게 됐기 때문이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각 대학마다 대체로 1천여 명 이상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충남대의 경우, 다수는 중국 학생이지만 이슬람권 국가를 포함해 유학생의 출신국가가 모두 46개국에 이른다.

 이렇게 다문화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한국대학 구성원들은 예전과 다른 새로운 문화적 감수성을 요구받게 된다. 이런 관심은 지난 6월 중순, 홍콩 침례대학에서 국제 세미나로 진행된 전국대학신문 주간교수 협의회의 하계세미나에도 반영됐다. 이 자리에서는‘다문화 시대의 대학 미디어’라는 전체 주제 아래 한국 내 무슬림 공동체의 형성에 대한 이해, 새롭게 재인식돼야 할 대학언론의 윤리 문제, 대학 미디어의 통합적 운영, 그리고 다문화 시대의 대학언론에 대한 이론적 접근 등의 논문들이 발표됐다. 그리고 대학사회의 다문화적 상황 변화와 관련해 대학 내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각 대학의 사례를 교류하고, 진지한 토론이 진행됐다.

대학사회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세대 차이, 학생들 사이의 계층 차이 등이 혼재된 사회다. 그런데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문화권의 차이가 다시 섞여들게 됐다. 이는 대학의 문화 구성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만 가끔은 당혹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령 예전에는 수업 중에 요동 땅을 말 달리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예를 들고자 할 때 더 정확한 사실 관계를 강의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또 어느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대학원 수업 시간에 티베트 관련 언론 보도가 논의 주제였는데, 그전까지는 아주 얌전하던 중국 학생들이 대단히 흥분해서 각국의 언론 보도를 성토했다고 한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유념해야 할 부분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에게‘남자는 술 한 잔쯤 해도 괜찮다’고 하며 술을 권한다거나 해서는 안 되고,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

서로 이질적인 문화가 만날 때 인류사회는 단절된 상황을 유지·복원하는 쪽으로 실천해왔다. 특히 대학사회는 세대와 계층과 문화권의 차이에 따른 세가지 유형의 단절됐던 문화적 감수성들이 모두 대학 캠퍼스라는 하나의 좁은 공간에서 조우하는 양상을 띤다. 하지만 대학은 그런 차이들이 학문적 우애 속에 서로 조화를 이루는 특수한 사회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구성된 대학사회 안에서 상호 소통과 이해의 장이 되기 위해 대학언론은 다양한 문화들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발현시켜야 하는 사명을 요구받게 된다.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대학의 신문보도를 접할 때 관건이 되는 것은 한국어문에 대한 읽고 쓰기 능력 즉, 해독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문자 해독보다 문화적 해독이다. 대학마다 많게는 1천여 명 이상의 유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읽고 쓰기 능력의 배양은 그 유학생들에게만 부여된 과제는 아니다. 대학신문 기자들 역시 다문화적 감수성에 입각해 유학생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슈와 구문을 구사할 수 있는 기사쓰기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대학언론이 다문화적 캠퍼스 상황에 맞춰 변화를 이룩하려면, 다양한 국가 또는 문화권에서 온 유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들을 기사에 담아야 한다. 이는 소재적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감수성적인 측면에서도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 유학생 모니터링 집단을 구성하면 좋다. 이 유학생 모니터링 집단은 각 대학의 신문과 영자 신문의 기사에 대해, 작게는 가장 기본적 요소인 문장에서부터 크게는 사안을 보는 관점과 개념화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이해 또는 오해에 대해 지적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학 신문기자들은 유학생들이 하나의 동일한 텍스트인 각 대학신문 기사에 대해 어떻게 서로 다른 관점과 느낌, 사고를 발동시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대학신문 기자들 또한 다른 문화권의 텍스트들을 기사 작성에 참조해 다문화적 보도를 할 수 있게 되리라 본다.

문화적 감수성은 내가 속한 문화적 환경으로부터 나에게로 주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통해 부단히 재구성해 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다문화한 대학사회 안에서 대학 언론이 맡아야 하는 사명이다.


손병우 충남대·언론정보학과
충남대 신문방송사 주간을 맡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 제2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대에서 박사를했다.『 미디어문화비평』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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