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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긴장감 조성 … 특성화 노력 반영 안 돼”
“일 년 내내 긴장감 조성 … 특성화 노력 반영 안 돼”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6.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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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대학협회 “국제대학순위평가, 허점 투성이”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들이 국제대학순위평가에 반기를 들었다.

유럽대학협회(EUA)에서는 지난 17일 ‘국제대학순위평가와 그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제대학 순위평가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협회는 “대학평가의 여러 가지 폐해가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것은 정치인과 대중들이 대학평가의 단순함과 깔끔하게 정리된 순위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악용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매체가 새로운 순위가 나올 때마다 수천 명의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국제대학순위를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라며 “아주 조그마한 변화가 있어도 순위를 다시 발표하면서 일 년 내내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협회가 지적한 대학평가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평가대상에 대한 문제제기다. 보고서에 따르면“전 세계 1만7천여 개의 대학 중 1~3%에 불과한 200~500개 대학만이 순위에 반영되면서 나머지 1만6천500여개의 대학은 순위조차도 매겨지지 않는다.”그마저도 선진국 위주의 대학들로 이뤄진다. 지표에 대한 문제도 있다. “대학 연구 기능에 관한 지표 비중이 커서 교수-학습의 질은 평가가 되지 않는다”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또한 ‘교육의 질(Education Quality)’을 평가하는 지표가 있다하더라도 자오퉁대학에서 실시하는 세계대학평가(ARWU)에서는 동문 중에 노벨상이나 필드상 수상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평가한다. 협회는“노벨상과 필드상이 교육의 질을 얼마나 대변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지표는 다양성을 반영하지도 못한다. 많은 대학이 특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사회과학, 공학, 의학, 자연과학에 치우치고, 인문학은 거의 무시된다. 보고서는“영어로 된 출판물을 선호하는 것도 종종 지적되는 문제”라고 언급한다.

대학순위의 목적이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운용의 투명성을 진작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있다 해도 너무 모호하게 써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이들은 ‘Berlin Principles’을 사례로 들며, “대학기관의 다양성이 반영된 평가, 순위가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적하는 대학순위평가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제기돼 왔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매년 대학 순위에 집착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유럽에서 발표한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옥유정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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