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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접근' 법제화 주장에 '矯角殺牛'반론도
'열린 접근' 법제화 주장에 '矯角殺牛'반론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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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액세스(OA) 논쟁

지난달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던 한 토론회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공유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2011 세계지적재산권의날 기념 저작권 토론회였다. 이날 주제는 두 가지였지만, 큰 소리가 오간 테마는 제2주제 '오픈 액세스 저작물 이용 활성화'였다.

오픈 액세스란, 쉽게 말해 법적 장애를 제거한 학술정보를 영구적으로 안정된 저장소에 보존해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경웨 언제든지 복제, 배포, 전송 등의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접근'을 의미한다. 학계측에서 연구자들과 학회가 중심이 된 학술논문을 오픈 액세스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자연스럽다.

기조발제를 맡은 정경희 한성대 교수(문헌정보)는 최근 몇 년간 국내 학술지 중 상당수가 몇몇 상업적 학술지 DB에 수록되면서, 라이센스 비용이 고가화되는 등 영미권의 학술지 위기 현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독점에 의한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학술 논문의 배포와 이용이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계했다. 오픈 액세스는 이러한 폐단을 넘어설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공공기금 논문의 OA를 위한 법제화를 촉구하면서, 공공기금 논문의 아카이빙 주체를 일원화(또는 다원화)할 것, 학술지 OA 출판을 위한 기금기관의 지원, 국내 OA를 위한 도서관 콘소시엄들의 역할 제고, 현재의 무료 OA 학술논문에 대한 쉬운 접근 방법 모색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학계의 이러한 주장은 즉각 반론에 부딪혔다. 업계측 토론자로 나선 고재구 누리미디어 이사의 비판은 상당히 날선 것이었다. 용어나 표현도 원색적이었다. 그만큼 학계측에 불편한 심사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오픈 액세스를 제도화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며, 제도화 주장은 '심가한 모랄 해저드'라고 비난했다. 국내 현실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합리적 대안 없이 제기된 주장이라는 시각이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전체 도서관 예산의 60% 이상(2천억원/년)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DB  구입비용이지만, 이에 대한 분석과 대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뼈아픈 지적도 던졌다.

고 이사는 학술논문서비스 사업을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산학연계사업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의 국내 학술지 구독종수가 평균 70종에서 3천500종으로 50배 이상 증가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오픈 액세스를 빌미로 민간DB서비스를 제한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矯角殺牛의 예가 될 것"이라면서  "국내 학술논문 서비스 시장은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는 구도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 다국적기업과의 경쟁 및 신규 일자리 창출, 국내 학술단체 지원 등의 명목으로 보호육성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술논문 서비스는 디지털시대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제 논의는 이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가 더 효율적이며 학술 효과를 증진할 것이냐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토론회 자리에서 확인된 것은 학계와 업계의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이었다.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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