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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유도 ‘당근’인가 ‘립서비스’인가
법인화 유도 ‘당근’인가 ‘립서비스’인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3.27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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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 10억 미만 재산은 승인없이 처분

“거점 국립대가 대부분 자산이 1조원 규모인데 그것을 어떤 형태로 관리할 수 있게 풀어주느냐가 법인화의 관건이다.” 지난 1월 2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한 지역 거점 국립대 총장이 한 말이다. 이 총장은 “국유재산을 어떻게 법인으로 넘겨주느냐에 따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갈 수 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법인화하는 대학을 우선 지원하는 체제로 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가 거점 국립대 법인화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을 내놓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1일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12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제정안에 따르면 서울대법인은 자체재원 확충을 위한 실행계획을 매년 수립ㆍ시행해야 하며 국가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재정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서울대법인에 무상 양도되는 재산은 매도ㆍ증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재산, 교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처분이 가능한 재산 등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매도ㆍ증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재산은 교육ㆍ연구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인 교지, 교육기본시설, 지원시설, 연구시설, 부속시설 등으로 규정됐다. 이를 제외한 재산은 교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교지나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재산이라도 교육ㆍ연구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환이나 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

서울대법인화를 반대하는 서울대학교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즉각 논평을 내고 “시행령 제정안은 다른 국립대의 법인화를 유도하기 위해 서울대에 특혜를 주는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그럴수록 법인화의 문제점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먼저 서울대의 자체 재원 확충을 위해 국가가 별도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조항으로 다른 대학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분 가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교과부 장관의 승인 없이도 신고를 통해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마찬가지다. 공대위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서는 사립대학 법인의 경우 ‘3억 원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라며 “국고지원을 사학보다 많이 받을 서울대 법인에 특혜를 준 것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가 교과부에 출연금 예산요구서를 제출할 때 ‘다음 연도 사업계획서’와 ‘예산의 내용을 명백하게 하는 데 필요한 서류’라고만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른바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대법인화법 시행령 제정안과 달리 한국과학기술원법 시행령에는 ‘다음 연도의 추정 손익계산서 및 추정 대차대조표’가 추가돼 있다.

공대위는 “서울대 내부에서 ‘시장화’, ‘상업화’, ‘기업화’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일부러 뺀 것으로 보인다”라며 “상식적으로 사업계획서 등 추상적 자료만 가지고는 출연금 규모를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법제처 심사 과정을 통해 추정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체 재원 확충을 위한 국가 지원 등 서울대법인화법 시행령 제정안에 담긴 내용은 이후 법인으로 전환하는 국립대에도 똑같이 적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갑수 공대위 상임대표는 “국ㆍ공유재산 양도 문제는 교과부 권한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권한이다. 교과부가 서울대에 대해 우호적으로 시행령 제정안을 만들어줬다고 해도 기재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특혜적 조항들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한 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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