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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홍보의 허실
[대학정론] 대학홍보의 허실
  • 남송우 논설위원 / 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0.11.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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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자마자 대학은 내년도 신입생을 모시기 위한 행사로 분주하다. 신입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행사뿐만 아니라, 예비 신입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분출하고 있다. 대학의 홍보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능이 끝나는 시점을 전후해서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홍보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홍보와 학교 이미지를 홍보하는 학교 홍보로 구분하는데, 이른바 본격적인 입시시즌이 시작되면 입시홍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홍보가 이제는 기업 광고를 뺨칠 정도로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에는 기업에 한정시켰던 마케팅 개념이 이제는 모든 개인 및 조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윤 추구와 이미지 형성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기업 광고의 방법과 내용을, 대학이 이 시대의 생존논리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각 대학들이 지니고 있는 특화된 학문 영역이나 전통적인 이미지를 예비대학생들에게 정보차원에서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성조차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작금의 대학들이 펼치고 있는 대학홍보는 그 도가 지나칠 정도로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선까지 나아간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대학의 홍보 역사를 살펴보면,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 자체 내에 홍보부서를 독립적으로 둔 대학은 거의 없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홍보부서를 두는 대학이 늘어났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입생 수가 앞으로 줄어들 것을 예상해, 각 대학마다 대학홍보를 중요한 대학의 정책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른바 일류대학은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 후발 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서 전력투구해야 하는 현실이 됐다. 특히 대학 정원을 제대로 다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생겨나는 현실 속에서, 이제 대학홍보는 대학 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대학들은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만큼 예산을 책정하고, 이를 해마다 과다할 정도로 집행하고 있다. 2010학년도에 몇 개 주요 사립대가 수험료 수입에서 지출한 홍보비를 살펴보면, 고려대 20억, 단국대 15억, 중앙대 13억, 성균관대 11억, 한양대 10억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홍보예산들이 전체 대학 운영비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으로도 대학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한 교육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수치는 아니다. 문제는 점점 불어나는 홍보비 예산 규모보다는 대학홍보가 기업 광고처럼 상업화되면서 나타나는 과장광고이다. 과장된 상품 광고에 이끌려 상품을 구매한 경우는 그 상품을 폐기처분하고 더 나은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입생들의 대학 선택이란 상품 선택과는 다른 차원이다. 교육현장이 시장논리로 상업화될 때, 공교육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마이클 샌델은 『왜 도덕인가』에서 역설하고 있다. 대학이 학생을 모집하는 순간부터 소비자인 학생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기제가 일반화된다고 하면, 교육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며, 교양 있는 도덕성을 지닌 시민적 자질을 향유한 인재를 키운다는 공교육의 목적은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대학들은 이 시점에서 대학 홍보의 근원적 목적과 방법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아야 한다. 교육 선진국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대학들끼리의 과다한 홍보 경쟁시스템과 부정확한 입시 정보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의 기관에서 책임 있는 대학입학 서비스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학 정보공시제도와 병행해서 우리 실정에 맞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실체가 과장된 대학 광고를 위해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실질적인 발전과 개혁을 위한 내실화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 이미 위대해진 인물을 대학에 모시고 와서 대학을 홍보하기보다는, 그 대학의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교육시키고 성장시킨 훌륭한 인물들을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 결국은 이러한 인물들이 그 대학의 홍보를 위해서는 가장 빼어난 대상이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송우 논설위원 / 부경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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