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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국립대 법인화, 제대로 ‘공론화’하자
[딸깍발이] 국립대 법인화, 제대로 ‘공론화’하자
  •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과
  • 승인 2010.11.2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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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과부가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 각 국립대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전국국립대교수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OECD가 한국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유연성, 시장 메커니즘, 자율성 증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권고한 바 있듯이 대학간 통ㆍ연합 등 정책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화를 포함한 국립대 혁신을 정부가 주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배경에는 향후 15년 이후부터 저출산에 따른 대학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생 정원 및 학제 편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급박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대학운영시스템으로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영 및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는 엄청난 딜레마에 처해 있다. 그 동안 유지돼 오던 운영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 정책입안자나 내부 구성원들이 불안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 발표한 모 신문사의 2010년 대학평가를 보면 국내 상위 20위권까지는 지방 거점국립대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보면, 상위권에 우리나라 4개 대학이 겨우 포함돼 있고, 지방 국립대는 순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미 법인화해 상위 순위에 올린 일본의 8개 대학들 가운데 6개 대학이 지방대라는 점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매우 편향적이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몇몇 수치를 들어 정부의 국립대 지원이 부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립대는 24개교로 일반대학(177개교)의 14.1%이지만 BK21, WCU,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을 통한 국립대 지원율을 보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한편 이에 비해 투자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주장은 정부가 나서서 국립대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투자도 거대 국립대 한곳에 집중돼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방 국립대가 점점 여러 면에서 열악한 상황이 되면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향하고, 이제 지방 국립대는 연구 인력도 부족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선진화 방안 혹은 법인화를 유도하는 정책은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며, 이를 위해서 획기적인 정부지원은 필수불가결한 선결요소라 할 수 있다.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정부 정책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인화를 하게 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믿느냐 하는 반발과 그런 점을 법안에 명시하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그 법안을 뒤집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주장들이 제기되다 보니 논의는 항상 원점으로 회귀하고 만다. 이렇게 정부나 학교 당국에 대한 불신이 난무하는 이면에는 그 동안 정부 주요 정책자들의 말 바꾸기와 뒤집기 행태가 그 근원에 뿌리박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둘째, 거점 국립대의 법인화를 유도하려면 책임 있는 당국자가 대학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대내외적으로 입장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법인화에 대한 염려 중 하나가 재정적인 독립이 어렵다는 점으로 이런 염려를 명확히 해소시켜 줘야만 정부가 주장하는 당위성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대학 구성원들의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대학에서 흔히 겪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공지사항을 포함해서 많은 자료들이 교수들의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되지만,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교수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면 메일을 삭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주요 정책에 대해 공청회를 열어도 참석하는 수는 극히 저조하다. 심지어 그런 것들을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집단의 교수들 주장이 학교의 전체 여론이 돼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아무리 좋은 법인화안을 만들어서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해도 참석률은 저조하고, 더욱이 논의의 장조차도 마련되지 않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내부구성원을 설득, 이해시키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이제 교수들을 포함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현상을 돌아볼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법인화문제는 더 넓은 시야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눠야 할 중차대한 문제인데도 이를 회피한다면 결국은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법인화에 대한 공론의 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민윤기 편집기획위원 / 충남대·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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