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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에 침묵하는 대학, ‘배움의 윤리’ 제도화 필요
표절에 침묵하는 대학, ‘배움의 윤리’ 제도화 필요
  • 교수신문
  • 승인 2010.11.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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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윤리, 학습윤리를 생각한다

교수는 학자이자 연구자이고 교육자이다. 따라서 연구윤리가 더 보태고 뺄 것도 없이 그대로 적용돼야 할 대상이다. 다만 학문 연구자로서의 사명뿐만 아니라, 대학이 지닌 對 사회적 책임과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모범을 보이는 자로서의 사명이 강조되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사명과 요청에 대해 교수는 학생 및 대학 구성원들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교육공동체를 가꾸어 나감으로써 이에 충실하게 부응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 연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가운데 일반적 도덕과 연구윤리, 국가 및 지역사회와 대학 간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대학구성원의 권리와 의무와 책임,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인간관계 등은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 합리적이면서도 건강하게 재정립돼야 한다. 특히 지금은 우리 국민이 대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교수들의 새로운 각오와 결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교수 윤리는 교수가 지니는 역할과 관련해 대략 5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강의 및 교수 활동, 둘째 연구 및 학술 활동, 셋째 사회적 참여와 봉사, 넷째 학생과의 인간관계, 다섯째 대학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그것이다.

배우는 데에도 윤리가 따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우리의 현실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대학졸업생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학생들이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남의 글을 베껴서 제출하거나 시험부정을 저지르는 등의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대학교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과제물을 베껴서 제출했으며, 그 가운데 43%는 표절행위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다. 특히 대학교육 초기 단계에 주로 이루어지는 기초교양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탐구함으로써 공부하는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직하고 성실한 학습과정 통해 자발적인 학습능력을 기를 때에만 학생들은 장차 학문후속세대로서 훌륭한 연구자의 자질을 갖출 수 있으며, 또한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지식기반사회의 창의적인 인재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물론 한국의 상당수 대학들에서도 학생들의 학습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들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학습윤리를 정착시키려면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학습윤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구윤리 강좌(특강)를 수강하거나 연구윤리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무엇보다도 학습윤리, 즉 배움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들이 무엇인지를 명시해주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학습윤리 정착을 위해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교양교과목 수업을 활용해 수강생들이 제출하는 글쓰기 과제물에 ‘학습윤리서약’을 첨부하는 방식이다. 모든 보고서의 표지에 ‘배움의 윤리 서약’을 명시하고 자신이 서명을 한 후 이를 제출하는 것이다.

연구윤리, 교수윤리, 학습윤리는 각기 독립된 내용이라기보다는 서로 깊이 연관되고 중첩돼 있다. 왜냐하면 학생이 나중에 연구자가 되고 또 교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학습윤리를 잘 익힌 학생이 나중에 연구윤리를 잘 지키는 연구자가 되고 또 교수윤리를 준수하는 교수가 될 것이다.

연구윤리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사회와 학계가 바야흐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가 바로 연구윤리의 도전을 극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구윤리는 때로는 사소하게 보이고 또 귀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의 엄밀성과 성실성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약속하는 관건이라 할 것이다.

□ 이 글은 지난 12일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2010년도 제2차 연구윤리 포럼’에서 박찬구 서울대 교수(윤리교육과)가 발표한 논문 「연구윤리, 교수윤리, 학습윤리의 위상학」을 발췌했다.

박찬구 서울대·윤리교육과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대(튀빙겐)에서 박사를 했다. 윤리학을 전공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을 지냈다. 「정보사회와 윤리문제」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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