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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 22주년 맞는 5·18 기념행사의 변화를 통해본 ‘광주와 문화’
[쟁점] : 22주년 맞는 5·18 기념행사의 변화를 통해본 ‘광주와 문화’
  • 교수신문
  • 승인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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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2 09:48:52
조선경 / 월간 ‘민족예술’ 기자

22년이라는 짧은 기간 속에서 이만큼 명예 회복된 항쟁은 이제껏 우리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 동안 제기돼온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5·18 기념사업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 22주기를 맞아 5·18 기념행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고 이를 통해 항쟁을 몸소 겪은 광주와 우리 사회가 오월 정신을 어떻게 현재적 의미로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전히 우리에게 미완의 역사로 남은 오월 광주를 말이다.

관변행사와 비합법 집회의 경계를 넘어

5·18 기념행사의 변화과정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광주민중항쟁이 국가기념일이 되기 전과 기념일이 된 직후, 그리고 5·18 기념재단을 중심으로 5월 관련 단체와 지역 단체들이 결집한 후이다.
우선 광주민중항쟁이 국가기념일이 되기 전 5·18 기념행사는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처벌’ 등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서 철저히 비합법적인 형태로 진행돼왔다. 이로 인해 5월 광주는 늘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뜀박질로 시작됐고, 그 사이로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했다.
이후 1997년 광주민중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면서 관 주도의 기념행사와 지역 제야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문화행사들이 따로 진행되면서 5·18 기념행사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당시 관 주도의 문화행사는 광주민중항쟁을 지엽적인 사안으로 치부하고 ‘애도’ 또는 ‘보상’해야 하는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시기에 관에서 강조한 두 가지 관점 가운데 하나는 광주민중항쟁이 ‘일반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며, 다른 하나는 ‘광주’라는 지역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서 광주의 투쟁을 일개 지역적 투쟁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해석은 광주민중항쟁이 현재에 던져주는 의미를 ‘인권’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시도와, 학살 책임자를 ‘용서’하고 통 크게 ‘화해’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문화행사들로 이어졌다. 당시 문화행사들에는 지역주민의 민심을 거스르고 거짓된 화해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고, 5·18 문화기념행사가 제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낳게 된다.
한편 지역 사회단체 및 제야 단체들이 주도하는 기념 행사들은 여전히 합법을 가장한 비합법 테두리 안에서 치러졌다. 그러던 가운데 5·18 기념재단과 5월 관련 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집하면서 시대변화에 따른 5·18 정신 계승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찾고 기념행사들의 정체성과 위상을 정립하는 시기를 맞는다. 그러나 인식차이로 인한 세 단체의 내부적 갈등은 기념 문화행사들에 항쟁 주체와 시민의 참여를 담아내지 못했고, 5·18 정신을 구체화시켜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모했다. 60여 개가 넘는 행사들이 개별적으로 치러지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가짓수만 많고 짜임새가 없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 문제는 1999년 19주년 기념행사에서 극명히 드러나는데, 이벤트 업체에서 기획한 기념문화행사는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과 이를 관람하기 위해 몰려든 10대 청소년들의 행렬로 채워졌다. 그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자발적인 참여와 질서의식은 철저히 사라지고, 행사장 주변에 환경미화원들이 배치돼 행사장을 치우는 이례적인 풍경도 연출됐다. 광주의 정체성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5·18 기념재단은 2000년 광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및 제야 단체 대표자들로 이뤄진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한 해 문화행사의 주제를 설정했다. 추진위원회가 활동하기 시작한 2000년도에는 전국지역을 순회하는 광주기념행사 및 서울 및 광주에서 벌어진 기념행사까지 제법 짜임새 있는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기념사업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고, 시대 변화에 따른 5월 정신의 계승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광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22주년 기념행사는 ‘반전·평화 자주와 통일’이라는 주제 아래 △한반도에 조성되어있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반전평화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생존권 옹호 △세계민중, 진보세력과의 국제연대 강화 △의문사 진상규명, 반민주적 제도 및 법 해결 △오역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역사 재정립 등 5가지 소주제로 5월 정신의 현재화를 시도한다.

나눔과 공유의 공동체를 재현한다

이를 위해 전 회에 치러졌던 60여 개의 문화행사들을 크게 줄이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사를 중심으로 ‘응축된’ 문화행사의 형식을 갖는다는 점이 올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행사인 추모제와 기념식을 제외한 대동한마당(18일), 국민대회(19일), 부활제(27일) 등은 형식적인 행사에서 머무르지 않고, 5월 항쟁 당시에 광주시민이 자발적으로 이룬 ‘나눔과 공유의 공동체’를 시민들과 함께 재현해 보일 예정이다.
5·18 기념문화행사는 항쟁의 주체와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고 광주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간 진행됐던 5월 미술전, 거리 음악제, 5월 문학제, 마당극 등 신명을 바탕으로 5월 정신을 현재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행사들을 한데 모아 모두에게 열려있는 ‘문화난장’의 개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광주에서 벗어나기, 광주로 거듭나기

올해는 대동한마당이라는 문화판을 통해 문화난장의 형식을 보다 강화했다. 문화난장은 지역 문화운동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지역 문화단체와 지역시민들이 함께 하는 장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5월 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획득하는 데 주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
또한 5·18 기념문화행사들은 관의 지원으로 인해 자칫 제도화되기 쉬운 약점을 갖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과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행사의 전형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처럼 적은 규모라 하더라도, 전체 주제와 의미에 들어맞는 기본 행사를 중심으로 문화행사를 치러내야 한다.
덧붙여 5·18 기념행사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광주를 벗어나는’ 데 있다. 적게나마 서울에서 치러졌던 2001년을 제외하고 그간의 행사들이 광주만의 잔치로 치러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광주민중항쟁은 광주라는 지역적 코드로만 해석되는 것이 아닌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한 획을 긋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기에, 전국에서 함께 하는 기념행사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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