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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고대, 사회과학 교수 633명 중 국내박사는 30명
서울·연·고대, 사회과학 교수 633명 중 국내박사는 30명
  • 권해수 한성대·행정학
  • 승인 2010.11.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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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박사 쿼터제, 왜 필요한가

대학원의 존립목적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을 통한 학문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원 재학생은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라기보다는 교수들의 단순연구보조인력에 불과하다. 그래서 미래의 학문적 동료라는 의식이 매우 미약하다. 이러한 의식은 교수충원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학교인 ‘SKY’대 재직교수의 박사학위 취득국가에 대한 실태를 보면 미국중심적인 임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박사학위자의 교수임용 실태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SKY대 사회과학계열(경제, 경영, 사회, 인류, 심리, 사회복지, 정외, 행정, 교육, 언론, 지리학) 교수의 박사학위 취득국가를 조사한 결과, 전체 633명 가운데 국내박사는 30명(4.7%)에 불과했다. 학교별로 보면 고려대 6.3%(12명), 서울대 5.1%(12명), 연세대 2.8%(6명)로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국내 박사들은 교수임용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전공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사회학이 총 38명중 8명(21%)으로 국내박사 비율이 가장 높다. 교육학이 53명중 6명(11%)이지만 다른 전공의 경우는 수를 헤아리기조차 민망하다. 인류학과는 아예 없으며, 경제·경영학과도 매우 심각하다. 경영학과는 총 213명중 2명(0.9%), 경제학과는 총 104명 중 3명(2.9%)에 불과하다. 정치외교학과는 총 61명중 2명(3.3%), 행정학과는 총 55명중 2명(3.6%)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은 SKY대 이외의 주요 대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경우도 국문학, 국사학 등 예외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이러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좋은 학자가 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좋은 연구여건을 가진 명문대학의 교수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에게는 이러한 일이 매우 요원하다. 좋은 교육기관이란 무엇인가. 좋은 학생을 선발해 잘 배출하는 문제에 끝나지 않고, 조금 모자란 학생도 잘 가르쳐 좋은 학생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원의 경우 졸업자가 독립적인 연구자, 미래의 학문동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 대학원 출신을 교수로 바로 임용하는 경우에도 동종교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국내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근본적인 진입장벽은 학문발전을 위해서도 큰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좋은 학자가 되기 위한 학생은 국내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학원졸업 후 진로가 너무나도 불확실하고, 나아가 좋은 학자의 꿈인 좋은 대학의 교수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내박사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학문발전의 장애로 나타난다. 학문의 재생산구조와 교수 충원구조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대학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문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은 채 지적 종속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는 외형상의 학문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생적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주류적 학문계급을 형성하기도 해 학문의 재생산구조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발전이 끊임없이 외부 동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고유의 학문의 틀을 찾기는 어려우며, 선진국에 끊임없이 곁눈질하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대학원은 학문후속세대가 아니라 높은 학위를 취득해 명예, 권력 등을 추구하려는 세력들에 의해 황폐화됨은 물론이고, 학문의 지적 종속성을 강화해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학문발전을 위해서도 대학원 교육프로그램의 차별화 및 특성화로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함은 물론이고 국내박사학위자에 대한 임용쿼터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 교육의 질적 향상이후에 국내박사 쿼터제를 실시한다고 하면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끝없는 논쟁으로 이어지며, 제도 도입을 방해하는 행위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박사 쿼터제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학문발전의 토대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권해수 한성대·행정학

권해수 한성대·행정학

한국행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행정학의 학문후속세대 교육의 위기구조와 대응방안 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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