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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연구자들이 기획재정부 복도를 뛰어다니는 일 없어야”
“이제는 연구자들이 기획재정부 복도를 뛰어다니는 일 없어야”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0.1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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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출범 앞 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과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려면 제대로 해라.” 내년 상반기에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에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라는 숙제가 남았다.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강화 방안’ 토론회는 국과위에 대한 기대만큼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가 폐지되면서 과학기술분야의 ‘콘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국과위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과학기술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도 깔려있다. 국과위는 현행 비상설기구에서 상설기구로 격상되고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이전보다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일부 R&D 예산 편성권까지 가져가면서 권한도 커졌다. ‘콘트롤 타워’ 부재에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해온 과학계는 이를 일단 반겼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입법예고 되면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상이 강화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을  요구했던 과학계의 최대 이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손진훈 출연연구소 발전민간위원회 위원(충남대)은 “국과위 강화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국과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국과위 위원은 15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은 정무직 공무원 중에 임명할 수 있게 했다. 현행 국과위는 대통령을 포함해 정무직 공무원 11명과 민간위원 13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김윤수 전남대 총장, 강태진 서울대 공대학장 등이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 교수의 주장은 현행과 같은 25명으로 늘리고 민간전문가 5~6명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무국의 행정인력도 70%정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부는 사무국 인력 120명을 다른 부처에서 뽑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절반씩 구성하는 안을 내놨다.

박원훈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도 “국가연구개발분야에 대해 전 부처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조율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위원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국과위 위원들이 외부 압력에 자유로워야 한다”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분보장과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신분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민간 전문가도 2~3년씩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아니라 특채 형식으로 뽑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과위와 기획재정부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교과부에 따르면 국방분야와 인문분야를 제외한 R&D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예산 배분 방향을 국과위가 정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 내역을 받아 편성한다. 주요국책사업 비중은 전체 R&D예산 13조 7천억원 가운데 10조 2천억원 정도다. 기타 사업에 대해서는 국과위가 예산 배분조정까지 맡는다. 손 교수는 “입법예고한 법안을 봐도 기획재정부와 국과위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며 “기획재정부가 계속 사업 선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여전히 기획재정부가 R&D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상목 사무총장은 “사업 편성권 범위도 명확하게 해야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도 국과위와 기재부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렇게 되면 취지와 맞지않을 뿐더러 나중에 책임소재 문제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출연연구소 개편을 국과위 출범이후로 미룬 점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출연연구소 개편도 이번 법령 개정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영식 교과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기둥(국과위)을 먼저 세우고 서까래(출연연)를 까는 것도 좋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문제제기는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국과위를 새롭게 개편하는 일이 자칫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출연연 개편뿐만 아니라 예산 편성권과 예비타당성 조사, 기술성 평가 등 부처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경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대표(연세대)는 “교과부와 기획재정부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통합적인 기획력을 어디서 어떻게 추진하느냐의 문제”라며 “이제는 연구자들이 기획재정부 복도를 뛰어다니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국과위는 오는 11월 차관회의·국문회의 심의를 거쳐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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