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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빚 갚고싶어 … ‘생명의 푸른 언어’ 더 사용했으면”
“마음의 빚 갚고싶어 … ‘생명의 푸른 언어’ 더 사용했으면”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9.2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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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맞아 ‘시 선집’ 발간한 엄창섭 관동대 교수

엄창섭 관동대 교수(사진)가 지난 8월 정년퇴임하면서 “주위의 소중한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한 권의 시 선집을 선보였다.
학자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시인으로서 엄 교수는 최근 시 선집 『눈부신 約束과 골고다의 새』를 출간했다. 엄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제자들이 나서 엄 교수가 그동안 발표한 시를 전집으로 묶어 430쪽 분량으로 펴냈다.

엄 교수는 관동대에서 30년 넘게 몸담았다. “40년이 넘는 시간대를 교단에 몸담으며 살아온 나에게 캠퍼스를 떠나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 하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남은 생애는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주위의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등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는 역할을 분담하려 한다.”

대학신문사 주간을 맡아 밤을 새우던 추억과 8년 남짓 교무처장을 역임하면서 겪었던 일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엄 교수는 지난 2004년 9번째 시집 『신의 나라에는 열매를 팔지 않아』를 간행했다. 이후 시편은 줄곧 발표했지만 시집을 간행하지 않았다.

그는 “정년을 2~3개월 앞에 놓게 됐을 때, 동료 교수이며 학과 제자인 이충우 교수를 비롯한 제자 문인들의 간청이 있어 한 권의 시 선집을 전하고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하리라는 소박한 마음에 이 같은 작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 선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언어공해가 심각한 현대사회에서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적 작업과 ‘보다 천천히’라는 느림의 미학으로 모국어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동물적이고 금속성이 아닌 식물성 언어, 생명적인 푸른 언어를 사용하는 일에 열중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교단에서 물러났지만 문인으로서, 학자로서 그의 역할은 계속 이어진다. “정년을 한 지 10여일이 지나는 기간에도 몇 곳에 특강을 다녀왔다. 평소 언어공해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문화의 지역구심주의를 일깨우는 일에 종사해 왔다.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역동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분담하려 한다.” 엄 교수는 지난 1980년부터 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처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아세아문예 주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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