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의 비리를 마치 전체가 그런 것처럼 호도한다.” 사학 비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학 법인 관계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규제 위주의 현행 사립학교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에도 이 논리는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펴낸 『2009사립대학 감사백서』를 보면 사학 비리가 일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40곳(전문대학 포함)의 사립대를 감사한 결과 2천138명의 교직원이 징계·경고·주의를 받았다. 행·재정 조치까지 포함해 총 510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종합감사만 봐도 134명이 징계를 받는 등 교직원 2천97명이 신분상 조치를 당했다. 총 지적 건수도 483건에 달한다. 사안감사를 합한 건수와 별 차이가 없다. 종합감사는 문제 있는 사학을 콕 집어서 나가는 게 아니다. 교과부가 해마다 10여개 대학을 ‘랜덤 샘플링(Random Sampling)’ 방식으로 선정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정부·여당 할 것 없이 ‘교육 비리 근절’을 외치는데 사학 비리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답이 될 순 없겠으나,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사립대학 비리 척결 교직원 연대’라는 모임이 있다. 사학 비리로 몸살을 앓는 사립대 교수·직원이 만들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특정 교육관련 범죄 가중처벌법을 발의한)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재단 비리에 목소리를 높이던 간담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교과부 성토장으로 변했다.
호남지역에서 올라온 한 교수는 “비리 사학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교과부의 묵인, 그리고 내부 고발자에 대한 징계와 탄압이 사학 비리를 더 악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에서 올라온 전문대학 교수는 “교과부 감사 후 비리가 또 발생했다. 교과부는 감사가 끝나면 관심도 갖지 않는다. 감사 이후에 한 번만 대학을 돌아 봤어도 비슷한 비리가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경주에서 참석한 한 교수는 “듣기 불편하겠지만 지역 출신의 고위관료를 집중 로비하는 것 같다”라며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남지역의 또 다른 교수는 “교과부에 감사를 제기했다고 징계를 받았다. 어떻게 이름이 재단에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경북에 위치한 전문대학 교수는 “대표적인 비리 대학을 보면 꼭 교과부 직원이 있다. 우리 대학도 학장 2명 등 15년간 3명이 다녀갔다. 그런 것 때문에 교과부가 의심 받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참석한 교과부 과장은 연신 진땀을 흘렸다. 억울한 면도 많을 것이다. 전국의 모든 사립대를 감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계좌 추적권 등이 없어 조사에 한계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유착이라니. 중요한 건 유착했는지가 아닌 것 같다. 사학 비리로 몸살을 앓는 많은 사립대 교수들은 사실과 관계없이 교과부와 사학 법인의 유착을 의심하고 있다. 교과부가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비리를 척결한 대학이 단 한 곳이라도 있는가.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