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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저명 학술지를 믿을 것인가
[나의 연구실] 저명 학술지를 믿을 것인가
  • 최완성 경상대·해부학
  • 승인 2010.09.1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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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생명과학의 연구는 꽤나 힘이 들었던 업무였고 아직도 힘에 부치는 작업의 연속이다. 아무것도 없던 시작 단계에서부터 어느 정도 실험실의 기반과 연구비가 갖춰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해도 어려움을 거치지 않고 마무리한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실로 우리의 연구는 소리 없는 전쟁의 연속이다. 능력이 미진했던 탓도 있겠지만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하기에는 연구의 여건과 연구원의 확보 등 만만치 않은 복병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연구의 진행 상 실험은 필수적인 과정인데 실험상 필요한 세포배양과 동물실험 등을 비롯한 어떤 과정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을 우리 대학원생들과 연구원들이 쉬지 않고 꾸준히 수행해주었기에 지금의 실험실을 꾸밀 수가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실험실을 지켜준 구성원들에게 마음 속 깊이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필자는 실험실을 지금까지 꾸려나가면서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이끌어 왔다. 첫째는 다른 어떤 국제학술지 논문의 결과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확보한 연구결과를 믿는다고 말해왔다. 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연구원들과 토의할 때 항상 하는 질문은 ‘네가 얻은 결과를 확신하는가’ 이다. 우리가 다른 저명한 국제 학술지의 논문을 보고 우리 실험에 응용하기 위해 반복 실험을 수행한 경우 똑같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자신의 결과에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 첫 번째 가르침이다.

둘째는 우리 연구원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여건상 하기 어려운 연구는 차후로 미루고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지시가 두 번째 가르침이다. 연구기자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여건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다. 여건을 탓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우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 실험실을 거친 사람은 어느 곳에 가서도 자기 맡은 바 책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상대 해부학실험실에는 참여교수5명을 비롯해 26명의 연구원들이 쉼없는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셋째는 동료와 인접 실험실의 연구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일을 조금 미루고서라도 도와주라는 지시를 종종한다.  생명과학은 최신의 다양한 실험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이고 이는 다른 실험실의 연구자와의 긴밀한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다. 최근에 우수한 논문은 특히 한 가지 테크닉만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최신 연구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방법은 혼자서 다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고 서로서로 장기를 나눠 갖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한다. 따라서 남의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여유가 바로 나의 연구의 발전이고 이것이 크게 보아 우리나라 연구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바라고 싶은 한 가지는 우수한 우리 토종 박사들에게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희망이 있는 연구생활이 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외국에서의 박사과정과 박사후 과정(Post-doc.) 동안에 얻을 수 있는 장점도 많이 있지만 귀국 후의 현실은 우리와 잘 맞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즈음에는 우리 스스로가 얻어낸 업적도 외국의 어느 수준에도 내 놓을 수 있는 우수한 질적 수준을 갖췄다고 확신한다. 다시 한 번 우리 실험실을 거쳐나갔거나 현재 같이 동고동락을 하는 우리 연구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실험실 파이팅!

최완성 경상대·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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