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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과 선율, 그 즐거움의 맛에 ‘폭’ 빠지는 세가지 비결
보컬과 선율, 그 즐거움의 맛에 ‘폭’ 빠지는 세가지 비결
  • 정우식 CBS PD
  • 승인 2010.07.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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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피디의 재즈 이야기_<3> 재즈를 쉽게 듣는 법

열대야가 펼쳐진다. 뜨거운 밤, 숨막히는 여름 시간을 식힐 묘안은 없을까. 더 뜨거운 재즈는 어떨까. 7월은 재즈의 황제 루이 암스트롱이 타계한 달이다. 1971년 7월 6일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재즈의 물결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중년을 사로잡는 재즈 속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CBS FM ‘올 댓 재즈’를 진행하는 정우식 PD가 3회에 걸쳐 재즈 속으로 떠나는 즐거운 여행을 안내한다. 이번 호는 즉흥적 연기가 압도하는 재즈에 기죽지 않고, 차근차근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필자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글싣는 차례
<1> 재즈의 위대한 순간들
<2> 반드시 들어봐야 할 재즈 명반들      
<3> 재즈를 쉽게 듣는법; 재즈 입문 길라잡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재즈 듣기가 하나의 유행을 넘어 이젠 문화이자 교양으로 자리매김했다. 감미로운 재즈 보컬과 고즈넉한 트럼펫의 울림, 이런 재즈 선율 하나쯤 흥얼거린다면 주변에서 그를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지 모르겠다. ‘나 요즘 재즈 들어’라는, 조금은 힘이 들어간 이 한마디로 동료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

머리 싸매고 엄숙하게 音學?, No!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했나? 이참에 나도 재즈 한번 들어 볼까 생각한 분들이 있을 줄 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게 현실. 어떤 아티스트의 어떤 음반을 사서 들어야 할까. 재즈를 들어보면 악기들이 서로 따로 노는 것처럼 들리는데, 이건 왜 그럴까.

이렇듯 재즈를 들어보겠다, 공부해보겠다 결심하건만 재즈 듣기, 생각처럼 잘 안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국 재즈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행가로 출발한 음악이고, 춤을 추기 위한, 유흥을 위해 연주된 음악 아닌가. 재즈도 들으면 즐거운 音樂이지 머리 싸매고 엄숙하게 받아들이는 音學은 아닐 것이다.

[재즈와 쉽게 친해지는 법 1] 재즈 스탠더드 따라잡기

‘기본’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스탠더드(Standard)는 재즈에선 뮤지션들 사이에 가장 즐겨 연주되는 대중적인 연주 레퍼토리를 의미한다. 재즈 스탠더드는 오랜 기간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을 통해 연주되며 다양한 스타일로 소개돼 왔는데, 대표적으로 ‘어텀 리브즈(Autumn Leaves)’,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과 같은 곡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스탠더드도 처음부터 재즈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곡은 아니었다. 이들은 과거 영화음악이나 뮤지컬 삽입곡을 통해 먼저 선보인, 그러니까 한 때엔 팝송이자 유행가였지만 이런 곡들을 테마로 삼아 재즈 연주자의 개성을 가미한 재즈로 다시 소개된 셈이다. 스탠더드를 많이 안다는 건 대중의 귀에 친숙한 멜로디를 많이 숙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런 만큼 재즈를 좀 더 친숙히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어떻게하면 재즈 스탠더드를 많이 접할 수 있을까. 인터넷 음반 몰의 재즈 코너에 가보면 재즈 명곡들만 모아놓은 컴필레이션(Compilation) CD, 이른바 재즈 모음집들이 있다. 이들 모음집은 대중적인 재즈 연주들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는데, 나는 재즈를 처음 듣는 분들에겐 이런 편집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가령 ‘한국인이 좋아하는 재즈모음’이나 ‘죽기 전에 꼭 들어야하는 재즈모음’, ‘재즈 스탠더드 50선’, ‘재즈 명인 특선’ 등 다양한 타이틀로 출시돼 있다. CD를 선택할 땐 먼저 잘 아는 곡이 많이 있는지 음반 뒷면 트랙리스트를 살펴보길 바라며, CD를 듣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거나 본인의 감성에 맞지 않는 곡이라면 과감히 다음 곡으로 넘어가길 바란다. 뭐든지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것이다. 

이렇듯 쉽고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구성된 CD를 듣고 난 뒤, 다른 재즈 연주에 관심을 갖고 싶다면 서서히 재즈 대가라 불리는 아티스트의 대표작들에 관심을 가질 걸 권한다. 재즈는 가요와 팝과 달리 曲 단위의 싱글보단 앨범으로 사서 듣는 것이 재즈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쉽고 빨리 체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재즈와 쉽게 친해지는 법 2] 현장의 음악, 재즈를 체험하자

CD로 접한 재즈 연주가 익숙해졌다면, 이젠 과감히 재즈 공연 현장을 가 볼 것을 권한다. 재즈는 현장의 음악이다. 재즈의 기본이라 할 ‘즉흥성’은 바로 관객과 재즈 연주인의 감성이 충돌되고 혼연 일체되는 재즈 클럽과 콘서트 홀 같은 공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CD로 들을 때 재즈는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단순한 평면적 울림으로 그치지만, 콘서트 홀과 재즈 클럽의 뮤지션이 직접 연주하는 재즈로 탈바꿈하는 순간, 보다 입체적이고 오감에 와 닿는 생생한 체험이 될 수 있다. 비오는 날 재즈 클럽에서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연주되는 ‘Autumn leaves’와 콘서트 홀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바라보며 유명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는 ‘Autumn leaves’의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는 ‘Over the rainbow’와 웅장한 브라스 연주가 압권인 빅밴드의 ‘Over the rainbow’ 또한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즉, 같은 곡이라도 재즈는 어느 장소에서, 어떤 연주 편성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 연주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빛깔과 형태로 청중에게 손짓하기 마련이다. ‘재즈는 좋은 곡보단 좋은 연주’란 말이 있다. 이 얘긴 재즈는 연주자가 어떤 곡을 연주하느냐보단 ‘어떤 분위기에서 연주돼 청중들에게 어떻게 들리고 받아들여지느냐’가 핵심이란 뜻이다.

대중을 상대로 연주되는 재즈 공연은 대도시에 산적한 전문 재즈 클럽에서 저렴한 입장료로 매일 밤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지역자치단체 공연장이 주최하는 재즈 콘서트 또한 재즈를 ‘체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럼에도 재즈 공연장 가기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재즈 입문자라면 친절한 해설이 곁들어진 재즈 교육 공연을 추천한다. 

[재즈와 쉽게 친해지는 법 3] 합주-솔로-합주로 이어지는 연주음악

재즈를 처음 접할 때 어려워하는 점이라면 연주의 주제부(테마)와 즉흥부(솔로)가 혼동된다는 점이다. 재즈는 악보에 표시된 정해진 테마만을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다. 주제 테마를 기본으로 연주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테마를 각자의 창의력을 보태 변주시킨 나름의 솔로(solo)를 서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재즈는 연주된다.

 
그렇다면 재즈 연주의 주제부와 즉흥부는 어떻게 구분될까.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재즈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한 피아노 트리오(피아노/드럼/콘트라 베이스)가 있다 가정하자. 대중들이 좋아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는 먼저 8마디의 친숙한 주제 멜로디를 합주한다. 그런 다음, 멤버들이 나름 정한 규칙에 따라 피아노, 베이스, 드럼 순으로 앞서 합주한 8마디 주제선율을 자기 스타일대로 변주한 솔로를 차례로 연주한다. 멤버들의 솔로가 끝나면 다시 처음 연주한 8마디의 주제 테마를 합주하며 마무리한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선율이 익숙한 분이라면, 트리오 멤버가 펼치는 즉흥 솔로가 오리지널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감지하며 듣는다면 재즈를 듣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심할 것. 한 멤버의 솔로가 끝나고 다른 멤버의 솔로로 넘어갈 땐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는 센스는 잊지 말아야겠다.

정우식 CBS PD

필자는 CBS FM ‘올 댓 재즈’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언제나 재즈처럼』을 집필했다. 현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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