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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효과 신통찮아 … 醫大 체제 낫다"
"기대효과 신통찮아 … 醫大 체제 낫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06.07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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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의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문을 연지 7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의전원 제도개선방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대학들의 선택은 의전원 폐지로 기울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의전원이 설립한 목적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의전원 도입 당시 △선진화된 의학교육 시스템 도입 △의사양성 과정 학사학위자에게 개방 △기초학문 보호 육성 △입시과열 완화 등을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장점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의·치의학교육제도개선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기초의학’을 희망 전공으로 택한 의전원생은 6,7%로 의대생 4.5%보다 약간 높았다.

의전원은 입시 과열 현상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낳았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학부를 마치고 의전원을 택하면서 이공계 대학원 기피 현상도 심화됐다. 특히 주요대학 생명과학 전공 학부생이 자교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교육시스템의 문제는 의전원과 의대를 병행하는 대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의전원 대학원생과 의대 학부생들이 받는 교육은 별반 차이가 없다. 취득 학위와 등록금이 다른데도 교육내용에는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도 대학들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기진 울산대 의대 학장은 “6년제와 8년제가 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학부모를 비롯해서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면서 “올해까지 의전원을 병행하면서 문제가 나타나면서 다시 검토하자고 한 만큼 의대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의전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는 ‘자율적으로 학제 개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은 최근 교과부의 정책방향이 정해지면 의대 체제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의전원과 의대를 병행하고 있는 12개 대학 교무처장들도 의전원을 폐지하고 그 대신 의과대학 학사편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교과부에 제시했다. 의대 입학정원의 20~30%를 학사편입으로 개방하면 의전원의 문제점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법학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전공자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면 입시 문제와 이공계 교육의 파행을 일정부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부가 정책실패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를 떠나서 문제가 있으면 현장의 의견을 들어 보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방안이 나온 이후에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대학도 있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고 있는 가톨릭대는 오는 2011년에 완전 전환을 앞두고 있다. 김진 가톨릭대 의전원 원장은 “교과부의 확실한 정책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의견수렴도 하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의전원으로 완전히 전환할지는 의과대학 발전방안과 교과부가 앞으로 어떻게 의전원을 끌고 갈 것인지 정책 의지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12개 대학 가운데 일부는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개 대학 가운데 대부분이 의전원에서 학생을 받아 교육한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어떤 학제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이 때문에 주요대학들이 서둘러 의대로 복귀하려는 이유가 우수한 신입생 유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환 성균관대 의전원 원장은 “의전원으로 전환하면서 신입생들의 성적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인재를 선점하려는 목적은 크지 않다”면서 “의대체제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대학들이 성급하게 의대로 돌아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는 학제 선택을 대학 자율에 맡기더라도 30%의 대학은 의전원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히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은 현행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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