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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서술의 결합 잘 소화” … 강의실의 역사가 대중과 만난다
“이해와 서술의 결합 잘 소화” … 강의실의 역사가 대중과 만난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5.17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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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리처드 마리우스·엘빈 E.페이지,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2010)

학계 내부에서의 전문적인 글쓰기가 ‘논문’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한 걸음 벗어난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는 어떤 형태일까. ‘대학작문’류의 글쓰기는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겨냥하고 글을 쓰려고 할 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역사’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라면, 이건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역사와 소설의 결합체인 ‘팩션’이 드라마와 만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 오늘날, ‘역사’라는 소통 방식에 집중한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거의 없다.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A Short Guide To Writing About History) 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책의 저자인 마리우스는 역사학자이자 소설가, 극작가로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다. 종교개혁과 마틴 루터에 관련한 연구와 더불어 역사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1999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이스트테네시주립대의 페이지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1989년 초판 발행 이후 개정 7판을 냈다.


역사에 질문을 던지고 주제를 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견해를 다듬어 메모와 초고를 거쳐 최종 글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글쓴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내용들을 빠짐없이 다루며, 어휘 선택과 구두점 방식, 각주와 참고문헌을 정리하는 세부지침을 꼼꼼하게 다룬 책이다. 개정 7판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역사 글쓰기의 필수 부분으로 포함시켜 이를 이용한 조사를 할 때의 유의사항을 추가함으로써 빠르게 진화하는 최근의 전자매체 환경에 맞게 보완한 대목이 눈에 띈다. 부록으로 실린 학생들이 직접 쓴 논문 평가와 서평 글쓰기 지도 또한 ‘역사 글쓰기’의 실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다.


‘글쓰기’는 연구자들에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자신의 논문을 비롯한 다양한 생각의 표현수단으로, 또 다른 하나는 강의실에서 실제로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내용으로. 매뉴얼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이 책의 장점은 글쓰기 매뉴얼의 꼼꼼함에만 있지 않다. 역사 글쓰기라는 매우 구체적인 분야에 필요한 ‘특별한 사유 방식’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역사 글쓰기의 핵심은 곧 역사가의 ‘과거에 관한 생각’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과거의 이야기를 지금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질문하고 추론하고 비판하며 사유하는’ 역사 연구방법을 중요하게 다뤄내고 있다. 정용욱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는 “역사 서술에서 부딪히게 마련인 구체적 문제들에 실용적인 조언을 주기 위해 작성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학의 인식론적 과제를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역사 이해와 역사 서술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목표를 잘 소화한 책”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학생들에게 내준 역사 글쓰기 과제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역사를 글로 재구성함으로써 사유를 발전시키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그 과정에서 주의할 점을 세밀히 들려준다. 행간마다 실제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매뉴얼 이상의 매뉴얼 역할을 한다. 중요한 대목마다 체크리스트를 제시한 점도 흥미롭다. 가령, ‘역사 글쓰기 기본 체크리스트’는 주제를 좁게 제한했는가, 주제에 관한 나의 견해가 명확한가, 글의 증거가 명확한가, 다른 견해들을 수용했는가 등 10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이런 식으로 ‘표절 방지 체크리스트’, ‘자료 평가 체크리스트’, ‘과제 글쓰기 체크리스트’ 등 다양한 점검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덧붙인 것은 강의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올바른 역사 글쓰기의 5가지 기본 원칙’(△주제를 명확히 제한하라 △논지를 분명하게 진술하라 △엄정하게 공인된 증거에 따라 단계적으로 글을 전개하라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라 △마음속에 독자를 정확하게 상정하고 글을 써라)도 유용하다.


역사의 초입에 들어선 이들 뿐만 아니라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들에게 ‘역사가로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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