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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명의 학자들이 5년 작업 … “세계사적 보편성 접근 기대”
87명의 학자들이 5년 작업 … “세계사적 보편성 접근 기대”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5.10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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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의 역사』 全 60권 완간

한국독립운동의 역사가 5년간의 대장정 끝에 60권으로 마무리됐다. 소장 역사학자 87명이 참여해 이룬 결과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주현)은 지난해 12월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全 60권(편찬위원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을 완간했다. 지난 2005년 ‘광복 6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 5년만이다. 이만열 편찬위원장은 “연구자 개인의 연구는 많지만 독립운동사가 하나의 체계 속에서 정리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기획의 의의를 밝혔다. 이 사업이 완간된 200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 90주년을 맞이한 해다. 민족사의 정신적 자산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사업 추진의 배경이 됐다. 민족 통일과 통합의 역사로 독립운동사를 재정립하겠다는 각오다.

편찬위원회에는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 외 3명의 자문위원과 한시준 단국대 교수(역사학)를 포함 14명의 편찬위원이 참여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실무를 담당했고, 국가보훈처가 지원했다. 집필에는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원로 및 중견 학자 87명이 대거 참여했다.

사회주의운동 빠진 반쪽자리 독립운동사 복원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는 광복 이후 현재까지 독립운동사의 성과를 분야별로 총 망라해 집대성했다. 새로운 독립운동사상을 정리하겠다는 후학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독립운동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0년 4·19혁명으로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고양되면서 당시 국사편찬위원회가 독립운동 자료를 정리해 『한국독립운동사』 全5권을 펴냈다. 1970년대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는 독립운동의 전 분야를 분류사적으로 집대성해 『독립운동사』 全10권을 간행했다. 이 결과물들은 그동안 독립운동사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로서 독립운동사 이해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상황때문에 사회주의계열을 비롯한 좌파 독립운동은 역사 서술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독립운동사가 반쪽의 역사에 불과했던 이유다.

이번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을 독립운동사 안으로 적극 수용하고자 했다. 제42권 『초기 사회주의 운동』(임경석), 제43권 『조선공산당 성립과 활동』(이준식), 제44권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최규진)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한 결과물이다. 제16권 『1910년대 만주·러시아 지역의 항일운동』(윤병석)은 김일성의 활동을 포함해 사회주의자들의 항일 투쟁을 기술하고 있다.

『한국독립운동사』는 일제 식민지시기 독립운동에 그치지 않고 개항 이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제 식민지 지배와 그에 맞선 항일투쟁 전 과정을 다룬다.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가 쓴 제1권 『한국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은 총론에 해당한다. 이만열 위원장이 쓴 마지막 제60권 『한국독립운동의 연표』는 고종이 즉위한 1863년부터 1945년 말까지 독립운동사 주요 사건을 한 눈에 보여준다.

독립운동사 최초의 학술적 집대성


독립운동의 역사는 각 주제에 따라 권수를 달리해 집필됐다. 60권에 이르는 분량은 그 자체로 독립운동의 방대한 활동을 짐작케 한다. 독립운동의 분기점이 됐던 3·1운동은 총 5권에 걸쳐 상세히 기술됐다. 『3·1운동의 배경과 독립선언』(이윤상),  『3·1운동 직후 무장투쟁과 외교활동』(홍선표, 황민호) 등 제18권부터 제22권까지다. 1895년부터 본격화된 의병전쟁과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 역시 각각 3권에 걸쳐 면밀히 조명됐다.

이만열 위원장은 이번 작업의 의의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1970년대 이후 산발적으로 연구돼 오던 독립운동사의 전 시기와 분야를 체계화했다는 것이 먼저다. 다음은 일제강점기 한국민족사의 주체성과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란 점이다. “이번 작업은 갈등과 분단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를 화해와 포용, 평화와 번영에 입각한 통일시대 한국사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위원장의 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독립운동의 역사』는 민족적인 개성과 국가적 주체성에 입각해 서술됐다. 그만큼 세계화 ·개방화시대에 조응해 평화에 기초한 세계사적 보편성에 접근할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이번 작업은 국내 뿐 아니라 과거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던 민족과 국가들에게 하나의 전범이 될 것이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독립운동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한 민족의 주체성을 강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아쉬운 점은 없을까. 이 위원장은 워낙 많은 연구자가 참여하다보니 다함께 모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연구자마다 독립운동가의 생몰연대 조차 일치하지 않는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일이 예상외로 많았다. 또한 러시아나 중국, 북한의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정치적인 문제로 이용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 쪽 언어를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국내 연구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국내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는 일은 동아시아 전체의 역사를 아우르는 작업이다. 그만큼 다양한 언어 활용이 가능한 국내 연구 인력의 확보는 이번 사업의 남는 과제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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