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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분야’ 위주로 대학 브랜드 제고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나치게 의존
‘인기 분야’ 위주로 대학 브랜드 제고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나치게 의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4.1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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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특성화알리미를 통해 본 전국 4년제 대학 특성화 현황

‘대학이 자체적인 발전전략을 기초로 비교우위가 있는 기능과 분야에 학내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련의 과정.’ 대학 특성화에 일반적인 정의다. 한 대학이 모든 분야를 다 잘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특성화는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국내 대학의 특성화 현실은 어떨까.


<교수신문>은 대학특성화지원센터의 협조를 얻어 ‘대학특성화알리미’(www.hiedumap.net)에 공개된 전국 4년제 대학 특성화 현황을 알아봤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대학특성화알리미는 특성화 현황과 실적 등 16가지 자료를 제공한다.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대학 중 자료를 입력한 175개 대학(캠퍼스나 분교는 별도 계산) 6387개 과제를 대상으로 했다.

특성화 과제, 국·공립은 기계 사립은 보건·의료


대학특성화알리미에 공시된 2009년 자료(2008년 기준)를 기준으로 4년제 대학의 특성화 과제는 보건·의료 분야가 14.3%로 가장 많았다.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기초과학(13.5%)과 기계(12.8%), 생명과학(9.1%), 정보통신(8.9%) 분야가 뒤를 이었다.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인기 있는 분야 위주로 특성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대학특성화알리미에서 홈페이지 방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약식 여론조사에서 104명 중 37명은 특성화를 통한 기대효과로‘학생 모집 및 취업률 향상’을 꼽았다. 1위는 대학홍보(39명)였다.


국·공립대는 기계(20.3%) 분야에, 사립대는 보건·의료(19.5%) 분야에 특성화 과제가 집중됐다. 특성화 과제 5개 가운데 1개꼴이다. 국·사립대 모두 기초과학 분야(13.3%, 13.7%)의 과제가 두 번째로 많았다. 국·공립대는 농림수산식품(11.4%), 생명과학(10.4%), 정보통신(6.0%)이 3~5위에 오른 반면 사립대는 정보통신(10.4%), 특화교육시스템(9.7%), 기계(8.8%) 순이었다. 특화교육 시스템은 공학교육인증이나 전공특화·주문식교육, 국제화 교육을 주로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 분야로 교수·연구비 집중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특성화 분야로 학생 정원이나 교원, 연구비가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175개 대학에서 특성화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수는 112만9천834명으로, 이들 대학에 재적하는 전체 학생의 49.9%로 나타났다. 특성화 분야에 참여하는 전임교원 비율은 58.8%로 학생 비율보다 높았다.


교내·외 연구비에서 특성화 분야에 지원되는 연구비 비중은 이보다 더 높은 66.2%였다. 교내 연구비는 68.1%가, 교외연구비는 66.1%가 특성화 분야의 교수에게 갔다. 특성화 분야의 교수 1인당 연구비는 7천25만원, 전체 교수 1인당 연구비는 6천106만원으로 특성화 분야의 교수가 평균 1천만원 정도 연구비를 더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실적은 큰 차이 없어

연구비 비중에 비해 논문 실적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교수 1인당 논문 수는 특성화 분야가 1.00편, 전체 평균이 0.99편이었다. 국내 논문 수는 전체 평균(0.69편)이 특성화 분야(0.65편)보다 약간 많았지만 국제 논문은 특성화 분야(0.35편)의 논문 편수가 전체 평균(0.30편)보다 많았다.

연구비 비중에 비해 논문 실적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교수 1인당 논문 수는 특성화 분야가 1.00편, 전체 평균이 0.99편이었다. 국내 논문 수는 전체 평균(0.69편)이 특성화 분야(0.65편)보다 약간 많았지만 국제 논문은 특성화 분야(0.35편)의 논문 편수가 전체 평균(0.30편)보다 많았다.

 
특성화 분야의 교육여건이나 지원이 더 열악한 대학도 보였다. 수도권 한 사립대의 경우 특성화 분야의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재적학생 기준으로 113.9명이나 됐다. 전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52.9명이었다. 특성화 분야에 참여하는 학생은 전체의 40% 가까이 되지만 그만큼 교수 확보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영산대 부산캠퍼스는 특성화 분야의 연구비 비중이 교원 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성화 과제중 66.3%가 정부 지원 받아


대학에서 추진하는 특성화 과제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성화 과제 중 66.3%가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과제였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지원이 각각 9.1%와 9.4%를 차지했는데 정부에서 재정지원 조건으로 대응자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 특성화에 대한 해묵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면 그게 곧 대학의 특성화 분야라고 할 수 있을까. 광운대, 동국대, 상지대, 순천대, 이화여대, 한국기술교대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과는 별개로 대학 자체 특성화사업을 펼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과제를 특성화 분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학부(과)가 특성화 분야인 대학도 보인다. 채재은 경원대 교수는 대학 특성화 방향을 모색해 보는 한 심포지엄에서 “대학 특성화는 매우 포괄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인데, 여러 정부 정책을 통해 다른 의미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자율 경쟁 체제에서 대학 특성화는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그 가운데 정부와 대학이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바로잡습니다>

<교수신문> 제554호(2010년 4월19일) 3면에 게재된 ‘전국 4년제 사립대 특성화 현황’ 표에서 CH의과학대, 한국국제대, 한국기술교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성서대, 한국외대의 ‘특성화 분야’가 잘못 표기됐습니다.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에는 바로 잡은 표를 올렸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해당 대학에 혼란을 준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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