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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譯 전범 모색 … 객관적 번역 평가 시스템 필요하다”
“國譯 전범 모색 … 객관적 번역 평가 시스템 필요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11.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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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학 정립’ 기치 내건 한국고전번역학회 출범

한국고전번역학회(회장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출범했다. 학회는 지난 27일 성균관대에서 한국고전번역원과 공동학술대회를 겸한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산발적인 고전번역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화’ 작업이 시급했다. ‘고전번역학 정립을 위한 이론적 모색’이란 기치에는 이 같은 사정이 반영돼 있다.

송재소 회장은 기조 강연을 통해 △번역의 합리적 합의점 모색 △기존 번역서에 대한 평가 △국가적 차원의 번역 지원 정책 수립 △ 서구어 전공자들에게 신뢰할만한 번역 텍스트 제공 등을 주 역할론으로 제기하면서 ‘한국고전번역학의 과제’를 자리매김했다. 송 회장은 “엄밀하고 객관적인 번역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과 과정 그리고 결과의 활용 등 제반 평가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날 창립기념 학술대회는 고전번역에 종사해온 연구자들의 고뇌가 곳곳에 묻어났다. 국가 콘텐츠 개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정작 고전 콘텐츠화에는 외면하는 국가 사회적 시선을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서양사를 전공한 박상익 우석대 교수(사회교육과)는 주제 발표 「번역과 역사변혁」을 통해 “풍부한 한글 콘텐츠를 확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번역”이라고 말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던졌다. 박 교수는 “영어권 독자들은 500년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지금도 읽을 수 있지만, 우리는 100년 전 ‘우리 것’도 읽을 수 없다. 단군 이래 100년 전 까지 우리 선조가 작성한 거의 모든 문헌이 ‘번역’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에겐 ‘딴 나라’ 책이다”라고 번역을 통한 한글 콘텐츠 확충 사업은 인문학 차원의 ‘건국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학술대회는 고전번역의 실질적 고민을 건드렸다. 이날 제기된 고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범위, 또 하나는 그간 논외에 있었던 산적한 ‘일기 자료’와 관련한 과제였다. 전자는 이동철 용인대 교수(중국학과)가 문제의식을 다졌고, 후자는 황위주 경북대 교수(한문학과)의 몫이었다.

「한국고전번역의 역사적 고찰」을 발표한 이동철 교수는 ‘한문 고전’으로 통칭되는 古典籍 을 번역 대상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범위가 광범위해지면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이어진 고민은 ‘고전번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집약됐다. 그는 고전을 형성과 전개 과정에 있다고 보면서 수용과 해석의 역사에 주의할 것을 주문했다.

황위주 교수는 「일기류 자료의 국역 현황과 과제」를 통해 기존 고전국역 사업에서 다소 비켜나 있던 일기류 국역 문제를 짚었다.

황 교수는 “생생한 현장 정보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일기류 자료는 국고문헌이나 문집과는 또 다른 차원의 국역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기존 일기류 번역의 오류를 지적한 뒤 “자료의 특수성을 반영한 바람직한 국역 전범을 마련해, 소홀했던 생활일기 분야의 국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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