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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의 집담회 內功 책으로 펴내 … 학문간 소통의 징검다리된 ‘기초저작’ 엄선
열 번의 집담회 內功 책으로 펴내 … 학문간 소통의 징검다리된 ‘기초저작’ 엄선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10.26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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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 『현대 사회과학 명저의 재발견 1』(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기획, 김세균 엮음, 서울대출판문화원, 2009)

   사회과학의 고전이 아니라 명저라고 했으니, 새삼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야 이런저런 방식으로 많이 소개돼 왔으니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명저’란 도대체 뭘까. 『현대 사회과학 명저의 재발견1』이 이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다. 명저란, “막상 강의에서는 가장 많이 소개되고 있고, 전공자들이 많이 읽고 참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분야의 연구자나 학생들에겐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책을 가리킨다.

    책을 내놓은 김세균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원장은 “우리는 현대의 주요 이론적 저자들을 그 저작에 대한 가장 전문적 식견을 지닌 분들이 심도 있게 소개하는 것이 사회현상에 대한 통합적 안목을 키우고 통합적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은 지난 2008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집담회 ‘현대 사회과학 명저의 재발견’의 성과이기도 하다. 모두 10회 개최한 이 집담회는 학과나 전공을 달리하는 교수 한 사람이 자신이 추천한 한 권의 책에 관해 발표하고, 발표 내용 등을 놓고 청중과 토론하는 시간을 거쳤다. 이 책에 수록된 ‘명저’는 바로 그 발표와 토론을 통해 수정, 보완된 글들이다.

    명저는 모두 10권이 맞지만, 건강 문제로 한 사람의 글은 수록하지 못해 모두 9권이 소개됐다. 각 장은 대체로 저자의 생애, 저서의 구성과 주요 내용 및 특징, 현대사회에 주는 시사점, 저서에 대한 비판, 참고할 문헌 등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분명 이 책은, 구성으로 본다면 독자의 일부를 전제한 게 틀림없다. 그 독자란 ‘대학생’이다. 저자의 생애에서부터 그의 책에 쏟아진 여러 비판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쉬운 소개라고 해서 책마저 가볍게 봐서는 큰코 다칠 수 있다.

    소개된 명저는 D.메도우즈의 공저작 『성장의 한계』(유근배·지리학과), D.카네만의 공저작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김청택·심리학과), M.베버의 『경제와 사회』(서이종·사회학과), C.기어쯔의 『문화의 해석』(김광억·인류학과), A.챈들러의 『보이는 손: 미국기업의 경영혁명』(이철희·경제학부), L.레시그의 『아이디어의 미래』(이천표·경제학부), R.티트무스의 『이타적 선물주기: 혈연에서 사회정책으로』(김상균·사회복지학과), M.푸코의 『감시와 처벌』(최정운·외교학과), 그리고 J.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유홍림·정치학과) 등이다.

    ‘명저’ 목록에 오른 이들 저작들을 본다면, 이미 낯익은 책들이 많다. 이렇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통합학문의 추세를 반영한 기획이라는 점이다. 가능한 많은 연구자들과 책의 내용을 공유하려는 의도가 작용했기 때문에 “최소한 알아야 하는 사회과학의 다른 전공분야의 기초저작들”이 소개된 것이다. 김세균 원장은 “전공이 다르면 거의 문외한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회과학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통합적 학문연구는 마땅히 통합적 사회과학의 구축에 기초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명저’ 기획의 배경이다.

   ‘명저’의 힘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혹은 그 자체가 현대의 고전일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데 있다. 카네만과 베버, 기어쯔, 푸코, 롤즈의 책이 그렇다. 그렇지만 『보이는 손』, 『아이디어의 미래』, 『이타적 선물주기』 등은 주제 면에서나 시의성 면에서도 새롭고 적절한 소개로 보인다.

   심혈을 기울인 책이지만 곳곳에 ‘옥의 티’가 보인다. 인명 표기의 통일이 이뤄지지 못했다. 사소한 문제로 여길 수 있겠지만, 내공을 보여주는 단면이니 결코 소홀할 수 없다. ‘메도우즈’와 ‘메도우스’, ‘메도우’가 혼용되고 있다. 베버의 『경제와 사회』의 경우, 몸젠과 마이어가 편한 저본을 박성환이 2001년에 옮긴 책(나남)이 있지만 언급되지 않았다. 카네만의 책은 2001년 대우학술총서(아카넷, 이영애 역)로 소개된 바 있지만, 참고문헌에는 올라 있지 않다(이것은 푸코나 롤즈의 경우에서도 발견된다).


    또 하나 참고문헌에 소개된 문헌들이 대부분 외국 자료라는 점도 마뜩치 않다. 필요한 자료이지만, 국내 학계의 수용과 접근을 보여줄 수 있는 문헌 정리가 아쉽다. 예컨대, 푸코나 롤즈의 경우 국내 학계에서 제법 연구 성과가 쌓여 있는데, 이점이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대학생’ 독자들과 인접 학문과의 공유를 문제의식으로 내세웠다면, 이런 점들은 개정판에서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과학 명저의 재발견1』이 ‘재발견’을 지나치게 의식했거나, 통합 학문적 흐름을 담아내려는 큰 욕심을 부린 탓에 부수적인 ‘옥의 티’가 나타났을 수 있지만, 전공을 가로지르는 학문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나아가 이 나라 학문후속세대의 주력이 될 ‘대학생 독자’에게 탄탄한 교양의 몰입을 권유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 사회과학 명저의 재발견』 2, 3권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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