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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 만나는 우리 시대의 주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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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10.1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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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제국주의』·『공화주의』(책세상, 2009)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실천적 함의를 해설하겠다는 책세상의 ‘비타 악티바Vita Activa |개념사’ 시리즈의 열네 번째, 열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정상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서양사)가 쓴 『제국주의』와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정치학)가 지은 『공화주의』가 그것이다.

    정상수의 『제국주의』는 근대 제국주의의 발생 배경과 각국의 정책 그리고 제국주의를 이해하는 각국의 서로 다른 시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근대 제국주의의 이론과 현실을 이해하는 틀을 제시한다. 문고판이라 분량은 가볍지만, 내용은 쏙쏙 들어오게끔 구성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제1차세계대전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레닌주의의 해석, 전쟁 원인으로 동맹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외교사가들의 해석, 경제 대국인 영국과 신흥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제적 갈등이라는 해석 그리고 영국과 독일의 군비 경쟁을 지적하는 정치학자들의 해석 등 기존 시각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한 대목이다. 저자는 결국 1차세계대전이 자국의 고립을 자초한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열강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공화주의’는 최근 학계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그런 관심 탓인지 이 책 『공화주의』는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논쟁적인 스펙트럼이 걸쳐질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자유를 목적으로 공공선과 시민적 덕성을 추구하는 공화주의 이념을 서양 정치사와 ‘혼합정’ 이론을 중심으로 정리하며 현실과 연결 짓는다. 저자는 공화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공화주의에서 지나치게 공동체나 공공이익, 시민적 덕성을 강조할 경우 과거 서양의 전체주의처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배타성만을 키울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계한다.

그래서 ‘민주’와 ‘공화’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고 이는 혼합정의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공화주의 이념들은 ‘지배’가 없는 상태, 어느 한 측의 목소리가 과해지지 않는 상태를 추구하는 혼합정에서 가능하다. 혼합정은 정치 사회의 다양한 계층, 세력들을 혼합해야 그 정치(정체)가 건강해진다고 보아 정치 공동체를 구성하는 계층들 간의 다양성을 전제로 하며, 공동체가 다양한 계층들로 구성되게끔 각 계층 간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

    이 시리즈는 2008년 『인권』(최현)을 첫 권으로 지금까지 15권이 선보였다. 『근대국가』(홍기빈), 『지식인』(이성재)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비타 악티바’란 ‘실천하는 삶’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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