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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내가 강단에 서는 이유
[나의 강의시간] 내가 강단에 서는 이유
  • 교수신문
  • 승인 2009.08.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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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처음 강단에 섰던 순간을 회상해 본다. 대학원 졸업 후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해 9년을 꼬박 근무했음에도, 강단에 설 기회가 왔을 때 난 주저 없이 이 길을 택했다. 강단 위에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의 눈빛을 볼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 나는 교수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강의 첫해는 강의 준비 하느라 5시간 이상 잠을 자본적이 없다. 강의 후엔 스스로 평가를 내리고 고쳐나가기를 반복했었다. 제자들이 아직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 올 때마다 그 시절의 열정을 잃지 말자고 되뇐다. 학생들이 보내오는 연하장, 이메일, 문자… 하나도 지울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이다.

도저히 학생의 차림새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복장에 슬리퍼까지, 수업태도는 엉망이며 수업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어 놓기 일쑤였던 학생이 있었다. 나의 호된 꾸짖음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4년제 대학 편입·대학원 진학·대기업 입사의 길을 걷고 있다. 성실한 모습으로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녀석이 얼마 전에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근사한 식사를 대접 하고는 이런 문자를 연속으로 남겼다. “교수님! 벌써 집에 도착했어요. 이렇게 가까운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주신 교수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산답니다. 자주 연락 드릴게요. 건강하세요.” 나는 이 문자를 평생 지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내게 찾아와 상의 하는 것을 보면, 교수는 학문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전문대 학생들의 수준이 매년 떨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한탄한다. 교육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나는 강의를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내 강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해 몇 번을 돌려보기도 했다. 가장 쉽게 설명하되, 많은 참고자료를 제시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최근에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각각의 질문평가항목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그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강의가 느슨해야 학생들에게 인기도 있고 평가도 잘나온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학생들의 눈은 정확하다. 강의에 만족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고 유익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는 공학계열 학과의 재학생 이탈율을 줄인다. 전공분야에서 자신감을 심어주고 취업률을 높이는 등 학습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여러모로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수업이 쉽고 재미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첫 수업부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과목이 무엇을 목표로 가르치고 있는지, 왜 이것이 필요한지를 눈에 보이게 실감나는 강의를 하기위해 노력한다.

많은 학생들을 실험지도 할 땐 정말 실망스럽고 힘들 때가 많다. 그렇지만 학생 개개인별로 지난 시간보다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잘하고 있다고 칭찬한다.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학생부터 이름을 먼저 외운다.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 주면 수업참여태도가 달라진다. 칭찬은 학생들의 자신감을 고취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나는 내 학생들이 참으로 소중하다.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 속에 같이하고 싶다. 내 연구실의 문턱을 낮추고 언제든 그들의 방문을 환영한다. 내가 강단에 서는 이유, 그것은 학생들의 발전을 바라보면 내가 매일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정태 동서울대학·디지털정보전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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