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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 학문-지역 살릴 수 있습니다”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 학문-지역 살릴 수 있습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07.1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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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전번역활성화 방안 연구 책임자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

지난 2007년 11월 민간기구였던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에서 거듭난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 이하 고전번역원)의 ‘국가번역시스템’ 구축 행보가 발빠르다. 올 2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주한  정책과제 ‘고전번역 사업 추진의 효울화 및 성과활용 극대화 방안 기획 연구’(책임연구원 신승운 성균관대 문헌정보학·사진)를 추진, 중간보고와 공청회를 마치고 9월 국회로 공을 넘겼다.

학계에서는 앞으로 100년을 더 번역해도 다 완수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고전과 고문헌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약 6천여책)하고 있다. 현재 연간 60여 책(12만 매)의 번역 수준으로는 대략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분량이다. 더욱이 고전 번역은 각개 전투 방식으로 진행돼, 체계화와 거리가 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반복됐다. 첫째 중요도에 따른 체계적 번역 작업이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 둘째 고전 번역을 담당할 인재 발굴과 육성이 미흡하다는 점, 셋째 번역 성과물을 통합적으로 관리·서비스할 수 있는 통합 DB구축이 지연됐다는 점 등이다.

신승운 교수팀이 제기한 ‘중간보고’ 역시 이 점에 주안점을 뒀다. 쉽게 말해 고전번역원의 설립목적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국고문헌의 번역 수행이라는 기관 본연의 업무 외에도 지역별, 기관별로 산재한 고전적의 번역을 기획하고 번역 성과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완수해야 한다는 정체성의 확인이다.

신 교수팀의 구상은 ‘한국고전번역 기획사업’에 잘 드러나 있다. 기관별로 분산된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자는 것, 이를 위해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 고전강독 클러스터지원사업 등 두 가지 사업을 제안했다. 번역 성과물을 관리, 서비스하는 DB구축사업도 빠뜨리지 않았다. 핵심은 연간 66억원이 소요되는 20개 권역별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이다. 신 교수는 “지역별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번역 사업을 지원하고 협력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발굴,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특수분야 고전을 해당 전문 연구소와 협동 번역함으로써 한국학의 균형적 발전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고전강독 클러스터지원사업은 각 대학별 강독클러스터를 발굴, 지원해 인문학 활성화를 유도하고 번역 인재를 양성하는 융합형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고전번역원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일단 신선하다. 기존 고전 번역 사업은 프로젝트형으로 구 학술진흥재단에서 진행해왔다. 학문후속세대 지원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과제의 단속성과 장기 연구의 부재라는 단점을 더 우려했다. 신 교수는 “고전번역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이번 계획은 학진의 프로젝트형 연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고전번역 인재를 길러내고, 이들을 각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 고전 번역과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전 번역의 난점 가운데 하나는, 번역 성과물의 질적인 측면이다. 기본적으로 한자 문화를 한글 문화로 옮기는 작업인데, 개별적으로 진행되다보니 편차가 있다”고 우려하는 신 교수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고전번역원에서 전국적으로 인재를 확보, 번역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런 공감대는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일종의 국가번역시스템을 역설한 것인데, 공청회 참석자들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한국학 연구와 문화콘덴츠 기초 토대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신 교수는 “최근 중국 복단대학에서 대동문화연구원이 내놓은 ‘연행록’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를 중국에서 출판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연행록’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 우리의 고전 문화유산을 알리는 사례가 된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연행록’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고전번역의 함의를 강조했다. 학계와 정부, 지자체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다. 

신 교수는 민추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고전번역에 잔뼈가 굵은 연구통으로 현재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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