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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7] 그래도 괜찮은 선택?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7] 그래도 괜찮은 선택?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7.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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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정도가 흘러가 버렸다. 학기 중에는 수업 부담이 크다는 핑계로 방학만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해 보리라, 계획한 일들이 산더미 이건만 막상 방학이 돼도 맘 편히 쉬어 보지도 못하고 학교와 집을 계속 오갔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그 산더미는 그대로인 듯하다. 그래서 슬슬 맘은 답답해져 오는데 주변 사람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방학이니 푹 쉴 수 있지 않냐며 무지 부러워 한다.

   사실, 그런 부러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간 신문사 사진 기자 노릇을 할 때 주 6일 근무에 휴일 근무도 밥 먹듯이 했고, 일년에 휴가라고는 일주일 남짓 이었으니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뒤늦게 학교로 돌아온 입장에서야 방학이 얼마나 호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해야 할 게다.

   대학시절, 대학을 졸업해 취직만 하면 세상이 온통 장미빛일 거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아 바라던 대로 사진기자가 됐건만, 내가 속한 조직의 입장이 나의 생각과 의지를 항상 앞서는 현실 앞에서 게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근무 강도에 그렇게도 좋아보이던 직장에서 탈출하는 꿈을 몰래 가지게 됐고,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겠다던 학교를 제 발로 걸어들어온 셈이 됐다.

   하지만, 불과 2년여의 석사 시절 동안은 문득 문득 내가 도망쳐 나온 사진 기자 생활이 그리워지곤 해서 적잖이 놀랄 때가 종종 있었다.그러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 중간 1년 동안 다시 현장에서 사진기자로 일할 때는 '공부'라는 게 참 하고 싶었다. 학교 밖에서는 학생 시절이 그렇게도 그립지만, 학교로 돌아오면 다시 학교 밖을 엿보게 될 수 밖에 없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인간이란 항상 자기가 가지 않은 길, 가다가 떠나온 길들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알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 3년은 학교에서 교수로 살고 또, 한 3년은 다시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살면 금상첨화겠다 공상을 해 보곤 한다.

   어쩌면, 성공적으로 학교와 현장을 오가면서 하고 싶던 일들을 해 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영원히 '양다리'를 걸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나머지 인생을 학자로 선생으로 살아 나가야 할 지 아님, 사진 기자로서 살아 나가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서 나는 전자의 길을 택했고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아직도 뜨거운 맛을 못 봐서 철이 없을 수도 있는 신출내기 교수가 하기에는 너무나도 건방진 소리인 것을 알고 있지만 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방학이 반이나 지나간 게 너무나 가슴 아프고 마음이 답답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렵게 선택한 학자의 길이 아직까지는 괜찮은 선택인 듯 하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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