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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부 공간 새롭게 하고 잡종 외피 걷어내는 상상력 필요”
“서울, 내부 공간 새롭게 하고 잡종 외피 걷어내는 상상력 필요”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07.0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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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건축적 가능성 모색하는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49). 마천루가 치솟고,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거대 도시 서울을 진단하는 그의 시각은 확실히 ‘튄다’. 
그는 올해 초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현암사)을 상재했다. 이 책에 담긴 그의 주장은 ‘학술적 어설픔’을 용인한다. “건축과 도시, 집합과 개인, 한반도와 서양, 중세와 현대, 역사와 이론을 가로지르는 과정에서 학술적 어설픔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건축의 사실성이다. 간판과 아파트로 뒤덮힌 서울에서 그가 읽어내는 것은 초고밀도, 잡종건축에 이른 ‘필연적 현상’의 컨텍스트다. 이것은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접근이다. “문제는 사적 공간에 모두가 몰입하는 동안 집 밖의 공공 공간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실종된다는 데 있다. 과연 도시 공간에서 주상 복합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정곡을 겨냥한다.

그는 ‘공간’을 사유한다. 추사 김정희의 古宅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기하와 모폴로지(morphology, 공간구조)가 결합된 상태로서 건축공간을 상상한다. 건축공간의 본질이 바로 ‘보는 것’, ‘인식하는 것’, ‘살아가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중세의 방 몬테의 성을 거쳐 마침내 벽의 해체에까지 달려간다. “산업혁명 후 자본주의 상인과 기술자들에게 건축과 도시의 통합은 그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가 됐다. 벽이 해체되고 건축의 모폴로지가 폭발한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가 새로운 건축 상상력을 주문하면서 하나의 해법으로 “내부 공간을 새롭게 하고 잡종적 외피를 걷어내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할 때, 여기에는 학계와 건축계에 만연한 서양 건축 지향성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이 깔려 있다. 한국의 도시가 유럽이나 미국 등의 도시와 달리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은 결코 우리의 문화 의식이 서구에 뒤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항변도 스며들어 있다. 그것은 오로지 우리의 생활양식에서 올 뿐이다. 

그는 “건축은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 성격이 강하다. 기술-사회-예술의 영역이 모두 녹아 있지요. 그래서 통섭이 어느 분야보다도 요구되는 분야”라고 말한다. “좋은 건축은 도시에 작은 파장을 형성해 나가는 진앙이다”라고 썼다. 그의 작은 시도, 새로운 상상력 모색도 ‘진앙’과 같다. 후속작업이 기대된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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