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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연구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 김주우 세명대·건축공학
  • 승인 2009.06.2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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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 구조동역학 및 진동연구실은 필자가 세명대 건축공학과에 부임하고 3년이 지난 2001년 2명의 본교 출신 대학원생을 받으면서 문을 연 이후 구조동역학 및 진동분야에 대한 해석연구와 함께 소규모의 장비를 이용한 실험연구를 함께 병행해 왔다.

지방의 신생대학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점은 연구공간과 실험장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과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필자는 이러한 현실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겠다고 필자에게 온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학생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취약한 연구 환경을 극복해보고 싶었다. 

중부내륙의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세명대 역시 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오랜 유학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순한 이해만으로는 그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항상 학생들과 장벽 없는 대화를 유도하려고 노력해왔다. 요사이는 매우 사적인 고민들도 스스럼없이 털어 놓는 모습을 보면  학생들이 필자를 아버지나 형과 같은 존재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흐뭇하다. 이러한 가족적 분위기는 우리 연구실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적 동력원이다. 학생들과의 스스럼없는 소통을 통한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 하는 것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아이디어를 얻고, 자발적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필자가 ‘open minded’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연구에 앞서 교수-학생 간에 인간적인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을 우선시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상호소통적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 연구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 필자가 나름대로 견지해온 연구실 운영 원칙이다. 또한 학생은 항상 교수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는 다소 구시대적인 사고를 버리고, 오히려 교수가 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한 번 주간일정을 미리 조율한다. 학생은 합의된 연구실 일정에 맞춰 시간활용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중요성과 관리방법을 배우게 된다.

뒷줄 왼쪽부터 손정명(학부생), 이강일(학부생), 이화선(학부생), 임규범(석사과정), 김주우 교수, 이성주(학부생), 이상준(학부생), 최예완(학부생)

사진제공: 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학생 관계는 교수아래 학생이 있는 ‘under’가 아니라 모두 함께하는 ‘with’의 개념을 강조한다. 하나의 연구실도 조직이므로 적절한 위계(또는 상호 존중)는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학생의 신선한 사고를 제한하게 되고, 이것이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능력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학생들에게 연구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학생을 배출하려는 일념으로, 관련 해석프로그램과 실험장비들도 구비돼 있지 않은 채 우리 연구실 문을 연 지 이제 9년이 지났다. 그동안 학생들과 함께 연구에 매진해 오면서 나름대로의 국내외 논문집에 적지 않은 연구 성과물을 발표를 하였던 것에 스스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심각한 장애물에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학생들의 환한 웃음과 패기 그리고 연구를 향한 열정이 나에게는 활기와 용기를 불어 넣은 산소가 돼 왔다.

비록 조그마한 연구실 조직이지만 모두의 가슴속에 ‘가족’이라는 믿음직하며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학생들이 장래 큰 꿈과 연구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도교수로서, 아니 그들의 진정한 연구 동료로서 오늘도 연구실 불을 밝힌다.

김주우 세명대·건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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