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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판정기준 곧 발표 … 예산 확보 등 지원책 마련 난항
부실 판정기준 곧 발표 … 예산 확보 등 지원책 마련 난항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6.2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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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사학 구조조정, ‘용두사미’되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부실 사립대 판정기준 발표를 앞두고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교과부가 직접 나서는 사립대 구조조정 방식에는 현 정부 지지층도 반대가 심하다. 부실 사립대 판정 기준 외에 뭔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법·예산,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 보인다.

교과부와 대학선진화위원회(위원장 김태완 계명대)는 오는 24일 제5차 회의를 열어 부실 사립대 판정 기준을 심의·확정할 예정이다. 이달 초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2주 정도 늦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선진화위원회 회의에서 부실 사립대 판정 기준만 발표할 게 아니라 자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아 검토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며 “부실 사립대 판정기준뿐 아니라 지원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을 위한 지원 방안은 이미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전국대학교기획관리자협의회(4년제 대학 기획처 직원들로 구성) 하계연수회에 참석한 교과부 관계자가 살짝 내비쳤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독자적 경영이 어려운 대학에는 우선 경영컨설팅을 통해 입학정원 감축, 유사학과 통폐합, 학과개편 등 자체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퇴출을 희망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책도 지난달 7일 대학선진화위원회 발족 때보다 구체화됐다. 부실 사립대를 인수하는 대학에는 입학정원을 늘려줄 계획이다.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대학 통폐합처럼 없어지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인수하는 대학의 정원에 일부 얹어주는 방식이다. 폐교돼 사용하지 않는 대학의 교지·교사를 수익용 재산으로 용도 변경해 주는 방안도 포함된다.

학교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 일부를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잔여재산 귀속 특례 제도’를 도입한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게 기본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와 대학선진화위원회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정보공시제도를 활용하는 방안과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외부 평가기구로부터 평가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중단 △구조조정 실적과 행·재정 지원 연계 등의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교과부는 내년부터 교육역량강화사업 평가 때 구조조정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한 바 있다.

부실 대학의 교육여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은 정책적 결심만 서면 법령 개정 없이도 당장 시행할 수 있다. 충원율 등 주요 지표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이 상·중·하 어디에 속하는지 신호등 형식으로 표시해 보여주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실태조사를 나갔을 때 퇴출 경로나 지원 방안을 함께 제시해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교과부와 대학선진화위원회 바람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부실 사립대 인수합병을 지원하기 위한 내년 예산 3천억원(융자 2천억원 포함)은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좌초 위기다. 기재부 교육과학예산과 관계자는 “국립대 통폐합처럼 사립대 통폐합에도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것인데,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해 사실상 부정적 뜻을 밝혔다. 교과부는 차선책으로 부실 대학과 잠재적 부실 대학에 대한 경영 컨설팅 지원금(1백억원)만이라도 확보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 귀속 특례 도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사학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개정안을 제출하는 순간 ‘사학법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 법 개정을 기약하기 힘들다. 대부분 사학 관계자는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기를 바라고 있어 특별법 제정도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때문에 퇴출 경로 마련 등 지원 방안은 추후 따로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사학 관계자는 “올해는 부실 사립대 실체 파악과 압박, 내년에는 법·제도 마련과 경영컨설팅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은 대학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자체 입학정원 감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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