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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5] 학회를 다녀와서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5] 학회를 다녀와서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6.1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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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 담고 있는, 언론학계에서 비중이 큰 학회 중 하나인 ICA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연례 학회 참석차 시카고를 다녀 왔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벌써 일 년이 다 돼 가는 지도교수의 반가운 얼굴도 봤고 미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웠다.

    학회에 갔다 오면 항상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데, 한국인 학자들이 미국 내 유수 학교에 임용되고 있다는 소식은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았지만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무난히 통과해서 속속 테뉴를 받고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학자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들은 막 교직의 길에 들어선 입장에서는 꽤나 부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크게 느낀 것은 과연 행복한 교수 생활이란 게 뭘까 하는 의문이었다.
내가 석사과정을 보낸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는 언론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학자이며 관련 학회 회장을 지낸 교수가 한 분 있다. 그런데 학회에 가보니 그분이 미주리대를 떠나서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됐다는 소식이 큰 화제였다.

저널리즘 스쿨로는 손꼽히는 미주리대에서 정교수로서 많은 제자들을 키워왔고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내막이야 알 수는 없지만, 일부 동료 교수들과의 껄끄러운 인간 관계도 그 학교를 떠나는 이유로 한 몫 했다고 한다. 결국 자기가 몸담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가 순탄하지 않으면 아무리 학문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도 삶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한국인 교수들과 학생들끼리 모여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아직 내세울 만한 연구 업적도 없고 티칭 경력도 일천한 나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내가 속한 켄터키대 언론학과보다도 이른바 훨씬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 몸 담고 있는 교수도 있었고  학계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으로 잘 알려진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들도 한국인 교수가 세 명이나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면서도 한국인들끼리 배타적으로 어울리는게 아니라 과의 모든 교수들과도 원만하게 지낸다는 점과 학과장이나 학장이 항상 교수들에게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학자로서 티칭이나 리서치의 성과가 중요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사람사는 세상’, 행복한 삶은 결국 훌륭한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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