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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즐거움과 부담
[나의 강의시간] 즐거움과 부담
  • 교수신문
  • 승인 2009.06.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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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즐거움’이라는 앞면과 ‘부담’이라는 뒷면으로 구성돼 있는 듯하다. 학생들이 나의 강의를 듣고 새롭게 동기화된 듯 보일 때, 혹은 ‘아, 그거구나!’라는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때 만큼 내 마음이 즐거울 때는 없다. 강의준비를 많이 한 날은 물 만난 고기처럼 헤엄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그러나 출근길에 ‘오늘은 왜 이리 마음이 가볍지?’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수업에 대한 부담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어떻게 강의준비를 하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중학교 때 엄마 같은 느낌을 주셨던 생물 선생님이 떠올랐다. 생물 선생님은 내가 느끼기에 내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이미 알고 계셨고 쳐다보시는 눈빛이 여간 다정스럽지 않아 어린 나에게는 선생님 자체가 자극이었다.

중학교 때 나의 생물성적은 매우 좋았고 그때 배운 것 중 일부는 지금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나, 학생의 이름을 기억해서 “머리모양 바뀌었구나”, “아픈 건 다 나았니?”, “공부 열심히 했구나”, “성적이 좋아”, “기말 성적 올랐구나” 라고 내가 ‘네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졌고, 교정 저 멀리에서 기꺼이 내게 와 인사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교육활동 역시 긍정적인 관계를 기초로 해야 즐겁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제공: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때로는 내용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즐겁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학회에서의 어느 교수의 발표가 떠올랐다. 그는 발표 말미에 삽화 한 컷으로 그 모든 내용을 요약해 전달했다. 이처럼 효과적인 것이 또 있을까! 가히 그림은 천 마디 말의 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내게는 자료수집의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딱 떨어지는 그림 한 장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5년 부은 적금을 탄 기분이 되곤 한다. 자료수집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예시이다. 이론의 내용 자체를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핀셋으로 집어낸 것 같이 정확한 한 번의 예가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를 가르치는 나는 자주 성우나 배우가 돼야 한다. 연령에 맞지 않는 말을 적절히 흉내 내야 하고, 아동의 행동에 대한 교사의 잘못된 반응도 표정을 살려 연기해 내야한다. 남다른 움직임을 가진 아이 역할도 해야 하고 아이를 망치는 엄마 역할도 해야 한다. 연기를 잘 할수록 학생들로부터 끄덕거림의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내가 가장 크게 우려하며 부담을 느끼는 바는 학생들의 수동적 학습태도이다. 나의 관심은 학생들의 동기화를 도왔고, 그림과 예시는 내용의 수월한 이해를 도왔지만, 이 모든 것은 학습활동에 대한 학생의 능동적 자기관리가 동반되지 않을 때 의미가 거의 없어진다. 학생들은 내가 왜 이것을 배우는지, 아동에게 이것을 가르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이 내용의 수업을 위해 어떤 준비물이 효과적일지, 수업시간에 배운 행동의 원리가 왜 이 아동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지, 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등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실습과목을 지도할 때 관찰기록에 대한 일정한 양식을 주지 않고 보고서를 받아보면 능동적 태도를 가진 학생과 수동적 태도를 가진 학생이 명백히 구분된다. 고민하지 않는 학생은 아이디어가 없다. 그들은 주어진 일을 잘 할 뿐이다. 주어진 양식에 내용을 빽빽이 채워 넣는다. 그러나 나는 기발한 양식을 만드는 학생으로 가르치고 싶다. 이러한 능동적 태도를 가진 학생의 창의력은 미래에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에 사용될 것이며 우리들의 교육활동을 진일보 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효신 대구대·유아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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