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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시각] 인간과 자연을 묶는 통섭의 기술 분야 … 신산업 창출 가능하다
[공학자의 시각] 인간과 자연을 묶는 통섭의 기술 분야 … 신산업 창출 가능하다
  •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기계학
  • 승인 2009.05.25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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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모사기술이란 자연의 생태계와 자연 현상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 등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것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자연모사기술과 유사한 개념으로 생체모방공학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생체모방공학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이를 모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무생물까지도 포함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위한 자연모사기술이 생체모방공학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공학적 아이디어


자연모사기술은 모사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그 기능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원리를 바탕으로 명확히 분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ESA (European Space Agency)는 2004년에 『Biomimicry-A Review』에서 공학적인 이슈에 따라 5가지(구조와 재료, 기구와 공정, 동작과 제어, 감지기와 통신, 세대간 모사)로 분류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미국의 생태학자인 베니어스(Janine Benyus)는 3가지로 나누어 자연을 설계모델(model), 판단기준(standard of measure), 조언자(mentor)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류했습니다.

운동화, 가방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찍찍이라고 하는 접착테이프는 도꼬마리라는 식물의 열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실생활에 편리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자연모사의 예입니다. 예전에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호주의 수영선수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바가 있는데 바로 그 수영복이 상어피부를 모사해 물의 저항을 최소화시켰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자연모사의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또한 새의 모양과 날개짓을 모사해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을 모사한 걸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잠자리나 파리 등 곤충의 날개짓을 모사해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최첨단의 비행체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벽과 천정을 기어 다니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억 개의 가느다란 섬모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섬모는 머리카락의 수천분의 일인 100~200 나노미터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 접착 원리를 이용해 한국인 유학생이 스티키봇이라는 유리벽을 기어 오르는 인조도마뱀을 발명한 바 있습니다. 최근 미국 NASA에서는 우주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에 이 기술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서식하는 연잎의 표면에도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습니다. 연꽃잎 표면은 물에 젖지 않고 항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표면에는 우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돌기들과 물을 싫어하는 성질의 물질이 존재하며 이것이 바로 물에 젖지 않고 물방울을 굴러가게 하는 초발수 성질의 비밀입니다. 잘 굴러가는 물방울은 표면의 먼지 등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 주는 세정 효과도 나타냅니다. 자동차의 유리, 사이드미러, 카메라렌즈 커버 유리, 욕실의 거울 등에 이런 특성을 부가하면 물방울 맺힘이나 김서림을 막을 수 있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연꽃잎 표면과 나방의 눈


나방의 눈은 독특한 나노 구조물 모양을 가지고 있어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 천적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고 있습니다. TV, 컴퓨터 모니터 등의 디스플레이 판넬 표면에 나방 눈의 반사방지 기능을 부여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근 환경과 에너지 문제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태양전지 표면에 자연을 모사한 초발수와 반사방지 효과를 부여해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와, 사막의 딱정벌레 등껍질의 수분 포집 기능을 모사해 공기 중의 수증기를 포집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MIT의 Technology Review에서 발표한 「2009년 10대 유망기술」에는 자연모사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IT-NT 융합기술 분야로서 청각기관인 달팽이관 속의 스테레오실리아를 모사한 나노압전소자와 BT-IT 융합기술 분야로서 곤충의 몸속에 MEMS 기계를 이식시킨 생체기계 등이 있습니다.

자연모사기술은 물리·화학·생물 등의 기초과학과 기계·재료·전기전자 등의 공학기술이 융합돼 과학기술뿐 만이 아니고 인문사회 분야·예술 분야와의 폭넓은 접목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인간과 자연을 묶는 통섭의 기술 분야입니다. 또한, 국가 간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으므로 R&D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지속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분야로 성장돼 신산업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기계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자연을 닮은 발명품』등의 저서가 있으며, 「자연모사-생태모사기술의 분류」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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