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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만물의 영장’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을까
로봇은 ‘만물의 영장’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을까
  • 이석규 영남대·전기공학
  • 승인 2009.03.30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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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_ 16. 진화의 미래] 공학자의 시선

 

로봇이라는 용어는 1921년 카렐 카펙의 공상과학 희곡 「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됐으나, 로봇은 인류의 상상 속에서 뿐 아니라 오래 전에 이미 인간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로봇의 예로서 1세기경의 헤론의 자동인형, 16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자 인형 스케치 등이 있으며, 현재에는 과거의 산업용 로봇 위주에서 우주용, 군사용, 교육용, 의료용, 가정용 등 로봇의 응용 분야는 우리의 상상력에 비례할 만큼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실용화된 최첨단 로봇 예로 2006년에 화성에서의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보내어진 쌍둥이 로봇 ‘Spirit’과 ‘Opportunity’는 화성의 암석과 토양 분석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에서 공중 혹은 지상에서 수많은 로봇이 이미 병사를 대신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공 지능 로봇의 출현이 지닌 위험


또 의료용으로는 일본에서 개발된 파로라는 새끼물개모양의 로봇이 외로운 노인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있습니다. 인체 내에 침투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료용 로봇의 등장도 머지않은 장래에 구현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21세기에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10대 기술 중의 하나로 로봇 기술을 선정했으며, 로봇 산업이 PC 산업을 능가해 머지않은 장래에 각 가정은 여러 대의 로봇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기계 및 제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인간을 육체노동으로부터, 정보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정신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한 측면이 있으나, 향후 고도의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의 출현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은 존재여서 그 사용이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영국의 서식스 대학에서는 인공적인 로봇 생태계를 구성해 로봇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으며, 향후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로봇의 등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로봇에 관한 지금까지의 기술적인 면 못지않게 로봇 윤리에 관한 연구가 더욱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의 로봇 기술 수준은 인간의 모습 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닮은 로봇인 안드로이드의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의 일부로 구성된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도 인간의 범주에 속하는 지를 판단하는 것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등과 같이 우리가 나름대로 다각도로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기술적인 개발에 만 치중한다면 후세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별에서처럼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수정을 통해 태어난 소녀 안나가 자신의 권리와 존재를 찾아가듯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찾고 나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로봇 관련 윤리 규정 마련 시급


   헨리 헉슬리 교수와 사무엘 윌버포스 대주교와의 창조론과 진화론의 이분법적인 논쟁이 아직까지 진행이 되고 있듯이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견해도 크게 2가지로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인 빌 조이는 자가 복제하며 인간에 대항하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위험성을 거론한 바 있으며, 스티븐 호킹 박사나 케빈 워릭 교수 등은 고도로 발달된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에 대응해 인간의 DNA를 개선하거나, 인간을 사이보그로 업그레이드해 로봇 지능의 지나친 발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간이 진화돼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반면에 로봇이 부분적으로 인간의 두뇌 능력을 능가한다고 해도, 스스로 자의식을 가지고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로봇 개발에 관해서는 기술적인 측면 이외에도 윤리적인 측면 등 고려해야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 ‘아이 로봇’의 ‘비키’처럼 인공 지능의 발달로 로봇이 설령 ‘로봇 윤리 3원칙’에 의해 선험적으로 구속돼 있다 하더라도 로봇 의식의 진화로 스스로 판단하고 가공할 만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로봇이 스스로 판단한 인간을 위한 행동이 인류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로봇과의 공존을 위한 윤리가 확립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로봇 윤리에 관해서는 과학 공상소설가이자 과학자인 아시모프에 의해 로봇이 지켜야할 3가지 규칙이 1942년에 발표됐지만, 이는 일방적으로 로봇의 인간에 대한 의무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경우, 인간과 로봇이 상호간에 지켜야할 새로운 윤리 규범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 로봇 윤리 헌장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의
윤리를 잘못 설정하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 혹은 이 구분이 애매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석규 영남대·전기공학

필자는 UCLA에서 로봇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봇 공학의 이해』등의 저서와 관련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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