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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생존의 적은 누군가
인공지능시대, 생존의 적은 누군가
  • 오주훈 기자
  • 승인 2009.03.30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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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간 대화로 읽는 학술키워드_ 16. 진화의 미래] 신인류의 초상

교수신문은 사회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 키워드를 정해 다양한 전문가적 관점의 학자적 식견이 상호 소통하는 장인 ‘학문간 대화로 읽는 키워드’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타임즈>와 공동기획으로, 21세기 현재 지식의 전선을 바꿔나가는 이슈 키워드에 다양한 학문간 대화로 접근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미학적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데 목적이 있다.
작년에 진행한 기획에 이어 이번에 진행할 키워드는 문명의 전환과 인간의 진화에 초점에 맞춰진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 사회의 심화,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회, 정치, 경제 질서의 결속 강화는 새로운 문명과 인간이 출현을 가져온다는 인식에서다.
이번 호에서는 진화의 미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환경의 변화의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라는 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진단을 인류학도인 진주현 선생이 행한다. 로봇을 전공한 이석규 교수는 로봇의 진화 가능성과 인간과 공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인류의 초상] 인공지능시대, 생존의 적은 누군가

‘진화’하면 우리는 흔히 공룡이나 유인원, 화석 등을 떠올린다. 허나 최근 진화의 화살을 과거에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단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화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자는 움직임이다. 진화의 미래는 크게 지구 생태계의 진화, 인간의 진화, 로봇 및 인공지능의 진화라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인간과 로봇의 진화라는 부분이다.

인간의 미래 진화 양상에 영향을 미칠 인자는 우선 기후 변화가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이든,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로 인한 기온 하락이든 인류라는 종의 신체적 특질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진화는 대단히 장기적인 시기에 걸쳐 느리게 진행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인류는 기술을 통해 기후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어느 정도 차단할 능력이 있는 만큼, 기후변화의 요인은 제한적이 될 소지가 크다.

이런 이유로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더 큰 요인인 기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식생활, 주거 환경, 소비 패턴, 문화 향유 등 기술과 얽힌 다양한 문명의 국면이 ‘인간’이라는 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기술 환경의 변화가 곧바로 인간 유전자의 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변화->환경 적응에 부적합한 유전형 인간의 도태->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신인류의 점진적(경우에 따라선 급진적) 출현이라는 스토리가 생각처럼 간단하게 진행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대의 선진 국가에서는 사실상 인간에게 자연도태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진화는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도 한다.

그러나 현대 국가는 복지 국가이면서 동시에 내부 구성원의 경쟁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변화된 사회에 적응을 잘 하는 사람들이 출산에도 유리한 상황에 놓이고, 이들의 자식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향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유전자를 지닌 인간들의 점진적 증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는 곧 과거의 자연환경에서 적자생존이 아니라, 사회 및 기술 환경에서 적자생존을 통해 진화를 사고할 필요성을 지시한다.
한편 기술이라는 변수는 로봇의 진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곧 인간처럼 생각하는 존재가 출현해서 자기 진화를 할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러한 로봇의 자기 진화는 다소 무겁고 가공할 이미지로 다가온다. 인간의 통제를 떠난 로봇이 어떤 식으로 진화를 할지, 인간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인간/로봇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사이보그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 변화나 경쟁 위주의 사회 환경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한 진화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도 하다.

분명한 점은 적자생존의 가혹한 원리를 미래 인류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연과의 투쟁이든, 인조인간과의 경쟁이든, 살아남지 못하면 멸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주훈 기자 apo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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