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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괴리돼 있었다” 自省 … ‘각론’의 苦悶 어떻게 살릴까
“현실과 괴리돼 있었다” 自省 … ‘각론’의 苦悶 어떻게 살릴까
  • 교수신문
  • 승인 2009.03.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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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전국국공립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위기의 시대: 사회과학의 역할을 묻는다’

지난 2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전국국공립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회장 임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사회학)가 개최한 학술회의 ‘위기의 시대: 사회과학의 역할을 묻는다’는 제목은 매우 중의적인 방식으로 설정된 것이었다. 이는 학문의 위기, 현실의 위기라는 두 가지 진단 위에서 선택된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이날 논의된 주제들은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사회과학의 역할과 전망에 대한 부분에 집중 됐다. 우선 1부인 ‘한국사회의 위기와 사회과학의 역할’에서는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위기의 한국사회와 한국사회과학의 위기」라는 논문에서 학술대회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임 교수는 우선 한국이 “세계 사회과학 이론의 실험장, 박물관이 됐다”고 언급하면서 그 원인을 다음과 짚는다. 우선 “해방, 분단, 내전, 국가건설, 군부구데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IT혁명, 세계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급박한 사회 변동이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이 적용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임 교수는 여기에 지정학적, 문화적 이중성이 더해져 한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흥미로운 시야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기지’로서 한국 사회과학의 현실


그러나 임 교수는 “한국의 사회과학은 많은 사회과학적 상상력, 통찰력, 지혜를 제공할 수 있는 소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경우 선진국 (특히 미국) 사회과학의 하청기지, 가공기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의 과거에 대한 성찰, 미래에 대한 예측과 비전을 마련하는데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면서 한국 사회과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의 원인은 크게 △상상력의 빈곤 △소명의식의 부족 △향리주의와 글로벌 스탠다드의 미흡 등이 꼽혔다. 이런 지적은 사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가 됐던 문제들인데, 거듭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식의 진전이 희박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임 교수는 “한국의 사회과학은 많은 사회과학적 상상력, 통찰력, 지혜를 제공할 수 있는 소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경우 선진국 (특히 미국) 사회과학의 하청기지, 가공기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의 과거에 대한 성찰, 미래에 대한 예측과 비전을 마련하는데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면서 한국 사회과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의 원인은 크게 △상상력의 빈곤 △소명의식의 부족 △향리주의와 글로벌 스탠다드의 미흡 등이 꼽혔다. 이런 지적은 사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가 됐던 문제들인데, 거듭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식의 진전이 희박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이에 이어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기여했는가: 한국 사회과학의 역할과 향후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향후 전망과 과제에 대해서 논했다. 김 교수는 모두 다섯 가지의 과제를 제시했는데, △사회 변화에의 적극적 대응 △학제적 연구의 활성화 △정책 연구의 역량 강화 △시민사회와의 소통 증진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성찰 모색이 그것들이다.

특히 사회변화에의 적극적 대응 부분에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과학은 현실과 괴리돼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新성장동력의 확충, 고용 없는 성장의 확산,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대, 사회 양극화의 강화,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도래, 사회갈등 증가와 거버넌스 구축과 같은 새로운 과제들을 도외시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대응전략”이 요청된다고 밝히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근본적 쇄신을 주문한 셈이다.

이러한 김 교수의 문제의식은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의 「한국 사회과학: 미래 역할을 위한 아젠다 구상」에서 보다 구체적인 맥락을 통해 확대됐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과학의 고질적 문제로 지나친 경험주의나 과도한 이념지향을 들었다. 경험적 분석과 이론연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섬세한 연구 풍토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또 그는 “지식 소비자와 유통자의 성격을 넘어 지식의 생산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이론의 수입에만 골몰하던 한국 학계의 현실을 꼬집는 대목이다. 그 밖에 연구 평가기준의 획일성 탈피와 취약한 연구 인프라 극복도 과제로 지적이 됐다. “특성상 외국기준의 기계적 채용 대신 한국적인 연구를 국제화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하고, “연구자와 연구집단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술대회 2부인 ‘사회과학의 진흥을 위한 과제와 전망’에서는 인문학자도 나섰다. 인문학 위기론에 대응해온 인문학자들에게서 시사점을 찾아보자는 의도다. 성태용 건국대 교수(철학)는 「한국에서의 인문학 지원정책」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지금의 인문학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지원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성 교수는 우선 외부적인 문제로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와 교육정책의 문제를 들었다. “대학들이 특성화를 꾀하지 않고, 투자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인문학 계열의 학과를 개설하는 획일적인 형태”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졸속적 학부제 시행으로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지적했다. 그는 인문학 자체의 문제로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정신문화적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통찰이 없었고 △ 열림과 소통의 마인드로 성찰과 대화를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으며 △사회적 기여와 역할 수행이 부족했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다소 밋밋한 진단이 아쉬워서일까. 성 교수는 발표문의 말미에서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고언에 시간을 할애했다. 성 교수는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과학기술 일변도의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들어 한국연구재단에 대해 우려를 표한 뒤, 향후 “사회과학 분야와의 통섭, 제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대로 국가연구지원체제의 편향성을 교정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해외 대학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

한편 2부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상대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사회과학의 진흥을 위한 과제: SSK 21」에서 선진국 종합대학의 사회과학대학 국제비교를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하버드대의 경우 사회과학부 내에 다양한 학과가 존재하며, 아시아센터 등 지역학 관련 센터 9개, 지역문제를 다루는 센터 3개, 아프리카, 중국 등을 위한 펀드나 연구소 6개가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사회과학화 작업이 상당히 진척돼있다며 벤치마킹을 시사했다. 13개의 학과와 3개의 교차학부가 통합적으로 구성돼,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경계를 초월하는 학과들로 구성돼 있는 옥스포드대의 사례도 인용했다. 옥스포드대는 이것이 동력이 돼 사회과학 분야에서 최근 세계 3위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학제 간 연구의 활성화와 중장기적인 사회과학 발전 로드맵, 안정적 기금 확보 등의 제안을 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제시된 발표문들은 대체로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지적되고, 논의됐던 수준이었다. 학문으로서의 사회과학의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이 학문의 담지자인 ‘학인’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술회의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문학의 위기가 인문학자들의 위기이듯, 사회과학의 위기 역시 사회과학자들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학술회의장이 내내 비어 있었던 것도 아쉽다. 이점에서,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오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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