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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0. 커져만 가는 연구업적 부담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10. 커져만 가는 연구업적 부담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3.3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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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용어로 미국 안에서 자주 쓰이는 ‘리서치 원 스쿨’이란 말이 있다.
카네기 고등 교육 재단 (The Carnegie Foundation for the Advancement of Teaching) 이 연구 중심 (Doctoral/Research Universities-Extensive)으로 인정한 대학들을 쉽게 부르는 말이다. 내가 몸담은 켄터키 대학도 리서치 원에 속하는 대학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 업적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더욱이 대학당국이 2020년까지 학교 위상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부터는 패컬티들의 연구활동에 대한 독려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임용된 이후 사인하라고 주어진 문서가 하나 있었다. DOE (Distribution of Effort)에 관한 문서였는데, 거기에는 나의 업무 부담이 항목별로 정해져 있었다. 그 문서에 따르자면 45%를 강의, 45%를 연구, 그리고 나머지 10%를 여타 행정업무 등의 서비스 활동에 내 노력을 쓰도록 정해져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을 수 있을런지… 궁극적으로 정년심사를 통과하게 될 지의 상당 부분이 티칭과 연구의 성과에 달렸다. 이전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외국인으로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미국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은 상당하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만큼 학생들 평가도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첫 학기를 통해 겪었고 이제는 티칭이 처음처럼 두렵지는 않다. 반대로 연구 업적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졌다. 첫 학기는 적응하느라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슬슬  결과물이 나와야 할 때라는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런 와중에 원고를 보낸 저널의 편집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결과는 둘째치고, 편집장의 얘기 중에 놀라운 것은 내년 중반까지 출판될 연구 논문들이 이미 다 정해져 있는 상태인데다가 지금도 계속해서 많은 논문들이 심사를 받고자 보내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지만,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수들의 연구 업적을 독려하다 보니 결과물들은 점점 더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을 소화해 낼  저널들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으니, 경쟁만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학문의 길에 접어든 새내기 교수인 나로서는 앞으로 험난한 길이 놓여 있음을 느낀다. 한 주간 수업도 없는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았지만, 곧 있을 학회 원고들을 준비하고 저널에 보낼 논문을 손질하느라 오늘도 학교에 나와 창문도 없는 손바닥만한 연구실에서 또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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