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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살리에르가 되자!
[나의 강의시간] 살리에르가 되자!
  • 문 영 국민대·무용전공
  • 승인 2009.03.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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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 35세의 짧은 생애 속에서 불후의 명곡 626편을 남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천재성 앞에 좌절하는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신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던 대사다.“왜 제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시고 재능은 주지 않으셨습니까?”십자가를 불태우는 처절한 절규는 무용과 대학진학을 갈등하던 당시 나에게 충격과 함께 가슴 아픈 공감이었다. 그러나 난 살리에르에게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읽어내는 감식력을 찾았고, 그렇게 난 발레리나가 아닌 발레리나를 위한 교육자가 되고자 대학 무용과를 진학했다.

그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났고, 난 그들과 춤 동아리‘천재와 열등감’을 만들었다. ‘천재와 열등감’은 토론을 통해 외국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한국무용교육과 비교했다. 무용수 양성 일색의 실기삼분법을 지양하고 안무가와 지도자가 양산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민했다. 그것이 십년 뒤 신설되면서 부임한 국민대 무용과의 교과과정으로 탄생했다. 또 다시 10년,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지평을 넓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안무가집중육성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무용교육강사 양성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교육의 원천은 창의성이고 그 본질은 열정과 논리의 상호작용이다. 모두가 프리마 발레리나를 꿈꾸게 만들고, 그래서 대다수의 학생들을 열등감과 소모적인 경쟁의식 속에서 좌절시키는 기존 우리 무용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안으로 시도한 무용지도자전공, 안무가 전공이라는 국민대 무용전공의 강의체제 변화는 주변의 많은 우려와 비판의 시선을 안고 시작되었다. 

타 대학 무용과 수업과 차별화된 전공실기 수업(인문학적 소양을 일깨우는 다양한 영역의 책과 만나는 강의, 팀티칭을 활용한 연극, 영상, 문학 등 춤과 연계된 세상 눈뜨기 강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강의, 대상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시연하는 강의 등등) 이는 기존의 대학교육이 무용수 양성을 목표로 실기동작 훈련과 작품제작에 초점을 맞춘 다소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양산된 나 스스로에게도 학생들에게도 10년째 단 한학기도 동일한 체제와 내용을 지속할 수 없는 힘겨운 도전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강의를 지속하는 동안 나와 학생들의 교수-학습동기를 고무시키는 단초는 아마데우스 영화에서 깨달은 천재와 열등감이었다. 프리마 발레리나, 즉 천재적 예술가를 읽어내는 감식력을 지닌 진정한 열등감도 천재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의식전환이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비범함을 추구하지만 그 비범함의 본질과 통찰에는 소홀하다. 직관에 의해서든, 논리를 통해서든 천재를 읽어내고 인정할 수 있는 능력, 천재를 발견하고 그 능력을 고양시키는 유능한 지도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내 강의의 원천은 바로 대학시절의 동아리‘천재와 열등감’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난 또 한명의 살리에르를 위해 강의실로 향한다.

문 영  국민대·무용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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