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8:05 (일)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9. 마음 졸이는 ‘강의평가’
[나의 미국 교수 생활기] 9. 마음 졸이는 ‘강의평가’
  • 교수신문
  • 승인 2009.03.16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시작한 공부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학기 중에 제출한 과제물에 대한 교수의 코멘트를 받을 때나 학기말 성적을 받을 때처럼 내가 누군가에게서 평가를 받는다 싶으면 더욱 긴장됐다. 

학위 논문 디펜스를 앞두고는 커미티 멤버들이 내 논문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미 임용이 결정난 마당에 혹시나 논문이 통과 되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논문이 통과 되고 나서는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평가에 마음 졸이는 일은 없으리라는 철없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막상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나니 기대와는 다르게 더 부담스러운 평가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사이트 중에 ‘레이트 마이 프로페서’란 사이트(ratemyprofesor.com)가 있다. 학생들이 자신이 들었던 수업의 교수들의 티칭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서 그 결과를 같이 공유하는 사이트인데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학들의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들어 있고, 그것을 인터넷만 연결하면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개는 수업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평가를 올리고 익명성이라는 방패 아래 다소 주관적인 평가들이 상당수인지라 그리 객관적인 평가 자료로써는 인정되지 않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내 강의에 대한 평가가 올라와 있지는 않은지 한 번씩 체크를 해보게 된다.

그러나 역시 가장 맘이 쓰이는 것은 학기말에 진행되는 학생들의 강의 평가이다. 이것은 내 강의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자료가 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상당히 긴장이 됐다. 특히나 내가 몸담고 있는 켄터키 대학의 경우에는 상당수의 평가 결과들이 인터넷상으로 바로 공개가 되다보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데다가 매년 소속 학과장으로부터 일년간의 강의, 연구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평가가 더욱 더 부담스럽다. 성과 평가에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다음해 연봉 인상률이 결정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물론,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함은 당연하겠지만 교수가 돼서도 여전히 아니, 학생 때보다도 오히려 더 나 자신에 대한 평가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자니 스스로가 측은해진다. 한국에서도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교수들의 성과 평가의 지표로써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던데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 중에서도 나처럼 스스로에게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없는지 궁금하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