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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황당한 일을 겪지 않으려고
[나의 강의시간] 황당한 일을 겪지 않으려고
  • 김태명 전북대 법학
  • 승인 2008.12.15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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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은 그 특성상 사법시험을 비롯한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제대로 그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물론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유용한 지식이 되고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학계 등으로 나아가기도 하나, 대부분 법학을 전공한 학생은 국가시험에 합격하기를 원한다. 최근 로스쿨 바람이 불면서 사법시험 등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아니면 학계로 진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니, 이제는 국가시험 합격이‘법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는 증표’가 된 느낌까지 든다.


수험가 강의와 질적으로 구분되면서도 국가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 출제의 경험은 물론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수험가에서는 주로 교과서에 쓰인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대학에서는 그러한 내용이 왜 그렇게 쓰여 있는지 그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교수는 이론과 판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이공계열의 학문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법학교수가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이론과 판례를 모르면, 학생들로부터 그 교수의 수업은 학원 강의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기 일쑤이다. 이론과 판례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 그것이 교과서의 어떤 부분과 관련되어 있고 왜 논란이 되고 있는가를 흥미진진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이 수업준비를 하기는커녕 몇 년씩 써오던 교과서를 그대로 가져가서 강의를 하다가 학생들로부터 “교수님, 그것에 관한 법이 바뀌었는데요”, “얼마 전에 판례가 변경됐는데요”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나는 매 학기마다 교재를 다시 구입한다. 나는 수업준비를 하면서 교재에 밑줄을 치고,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직접 쓰거나 프린트를 하여 붙여 놓는다. 다시 교재를 구입해야만 예전에 해 놓은 것을 그대로‘우려먹으려는’나의 게으른 본성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시간만큼 수업준비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놓고 지금까지 그 원칙을 크게 어긋남이 없이 지켜왔다.


나는 학생들에게 예습을 철저히 해 올 것을 당부하고 당부하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서 전혀 예습이라고는 해 오지 않은 학생들이 하는 유치한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 않는다. 많이 꾸짖었다.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수업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안이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이다.


학생 상담도 강의의 연장이다. 내년이면 졸업을 하게 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휴학을 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을 곰곰이 생각을 해 보겠다는 학생이 있었다. 3학년이 되도록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한 것이 없다니 어이가 없어, 그 학생과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했다. 결국 그 학생은 휴학을 했지만 그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여 국가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합격 후 그 학생은 내 연구실을 다녀가면서 나에게 부탁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교수님의 연구실을 찾아오는 후배들 중 철없는 학생이 있으면 그냥 보내지 말고 자기에게 한 것처럼 꾸짖어 달라는 것이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자기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이 나 말고는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연구실을 다녀간 대부분 학생들에게 몇 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교수는 학자이기 이전에 교육자인데, 내가 과연 교육자로서의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김태명 전북대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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