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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교육’ 부쩍 강조 … 글로벌은 있지만 인류는 없었다
‘알찬 교육’ 부쩍 강조 … 글로벌은 있지만 인류는 없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9.2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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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임 총장 취임사 톺아보기

올해 하반기만 해도 30여개 대학에서 총장의 얼굴이 바뀔 예정이다. 대학자율화정책 등 새롭게 바뀌는 교육정책을 따라잡기에도 벅차 보이는 현실이지만, 각 대학마다 안고 있는 현안을 풀어 가기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교육정책을 바꾸기도 힘들지만, 대학 내에 안착시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신임 대학총장들은 첫 발을 내딛는 자리에서 어떻게 대학운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을까. 지난 8월초부터 9월초까지 새롭게 대학 총장을 맡은 이들(김윤수 전남대 총장, 배도순 위덕대 총장,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조규향 동아대 총장,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의 취임사를 통해 그 단면을 들여다봤다.

총장 취임사의 구성 형식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내외빈 인사로 시작해 총장 취임 소감, 간략한 학교발전 역사 소개로 서문을 연다. 본론에 들어가면 대학의 역할론, 비전 선포, 재임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 등을 제시한다. 마무리는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구성원들에게 협력을 당부하는 말과 함께 내외빈 인사를 잊지 않는다.
구성 형식과 달리 취임사의 문체는 다양한 수사학이 펼쳐진다. 추상적 수사 남발형, 장엄한 선언문형이 있는가 하면, 솔직 담백한 호소형 취임사도 있다.


취임 일성을 문체로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취임식장에 참석하지 않은 더 많은 구성원들이나 외부 관계자들이 찾아 읽게 되는 취임사라는 점에서 첫 인상과 함께 설득력 있는 공감대 형성을 치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느 대학 총장 취임사로도 쓰일 수 있는 일반적인 ‘대학론’을 펼쳐 놓을 때, 실망감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취임하는 대학의 구체적인 사정을 꿰뚫지 못한, 외부에서 영입된 총장의 취임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현실 진단과 목표 제시가 뚜렷하고 소박한 호소가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김 총장은 “앞으로 4년간 무엇을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보다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무엇이 우리의 문제인지를 말씀드리겠다”며 당면한 세 가지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내용은 이렇다. 국립거점대학이라는 명성과 허상 속에서 안주하고 안일했고, 전남대를 에워싸고 있는 제반 여건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으며 지역사회로부터 신인도가 높지 않다고 했다. 또 임기 4년 동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문제 해결의 기초를 닦고 원칙을 세워 대학발전의 토대를 굳게 하겠다고도 했다. 김 총장은 “한 번에 열 걸음 움직이자고 하지 않겠다. 딱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자”고 구성원들에게 호소짙은 협조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요즘 신임 대학총장의 화두는 무엇일까. 단연 ‘글로벌’이 목표다. ‘취업률’과 ‘대학평가 결과’도 민감하다. ‘재정확충’과 ‘원활한 의사소통’은 주요 과제다. 눈에 띄는 특징은 ‘알찬 교육’을 강조한 점이다. 주로 교수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나 재임기간 동안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할 때 첫 머리에 오른다. 연구역량을 제고하는 문제는 다음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무엇보다 교양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인문학적 교양교육 과정을 내실 있게 개편할 계획”이라고 했고, 조규향 동아대 총장도 “사회는 더 많이, 더 넓게, 더 깊이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교육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교육과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교육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재임 중 ‘알찬 교육’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SCI 논문과 학진 등재지 등 획일적인 연구업적중심의 교수업적평가제도를 고치고, 강의 조교 배정 등 내실 있는 교육여건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교육 소홀’ 현상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열정만으로는 현실적인 개선이 어렵다.


교육 강화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글로벌 인재양성’도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어 소통능력만 강조하고 있는 대학이 있는 반면, 대학 간 국제교류를 넘어 해외 공공기관과 기업체와의 교류로 확대하는 전략을 펴는 곳도 있다.


총장 취임사에서 의례히 거론되는 것이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아쉬운 점은 총장이 제시한 비전과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됨에도 언제나 추상적인 호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추상명사가 남발된다. ‘신뢰’’동참’‘공생’ 등이 그것이다. ‘소통하는 리더십’은 선언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최근에 취임한 총장의 취임사에서는 ‘CEO 총장론’을 강조한 총장이 드물다는 점이다. 얼마 전 까지도 저마다 “CEO 총장이 되겠다” “대학도 이제 경영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CEO 총장의 자질론이 내성화된 탓일까. 반감을 우려한 탓일까. 대학 구성원들은 취임 일성을 잊지 않고 책임지는 총장을 바랄 것이다.
‘글로벌’ ‘세계화’의 수사는 빛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인류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더 큰 열망이 취임사에 결여돼 있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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