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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대안, 장하준의 한계
장하준의 대안, 장하준의 한계
  • 정재호 목원대·경제학
  • 승인 2008.09.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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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장하준외 지음│이종태·황해선 옮김|부키 |2008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Reclaiming Development)』는 영국 캠브리지대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가 미국 덴버대학교 국제대학원 아일린 그레이블 교수와 공동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장교수의 기존 저서인 『사다리 걷어차기』(2002), 『국가의 역할』(2003), 『나쁜사마리아인들』(2007)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그는 지난 저서에서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내밀한 속성에 가려져 있는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찼고 신자유주의를 외치며 개발도상국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분류하여 반입금지를 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내세운 이른바 신자유주의자들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조건에 맞는 세계화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저서에서는 그동안의 주장을 재확인하고 신자유주의를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그릇된 신화’, ‘신화의 내용’, ‘신화의 기각’의 순서로 논리를 도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신화처럼 내세우는 가정을 설정하고, 가정에 대한 내용설명, 그리고 채택과 기각여부로 검증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사회과학적 접근 방법인 가정/주장-내용/검증-기각/채택의 절차를 따르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지탱해 온 경제발전에 관한 다음과 같은 6가지 이론을 설정했다.

첫째,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의 성공은 지속적인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둘째,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적 번영을 누려왔다. 셋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다음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은 모든 개발도상국이 모방해야 할 이상적인 형태다. 다섯째, 영미형 모델이 보편적 시스템인 반면 동아시아 모델은 특수한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개발도상국은 국제기구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국내 정책기관이 요구하는 규율을 준수해야 한다. 장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운 이러한 6가지 성과에 대해서, 과거의 역사와 통계자료를 통해 모순을 지적하며 기각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가정은 다음과 같은데, 현재 자유무역을 외치며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 이미 산업화 초기에 보호주의 정책 하에 발전을 이뤘으며, 중국과 인도 등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룬 성공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잘 설계된 국가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검증한 데 이어,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개발도상국에게는 최적의 정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한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난 무역과 산업정책, 공기업 민영화, 국제자본흐름, 금융규제, 금융정책 등에 대한 경제적으로 바람직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과 한계의 지적을 넘어서 적절한 대안을 내놓은 경제정책 참고도서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자유’라는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정부개입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본다. 곧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을 통해 시장개방, 즉 ‘세계화’와 ‘자유화’가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의 경제체제하에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두한 정부를 시초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IMF금융위기를 통한 김대중 정부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이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 현재의 대기업중심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로 신자유주의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축적구조에 한국사회를 정착시키고 있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는 공기업 민영화, 공무원 구조 조정, 금융 산업 재편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산분리폐지 자본시장통합법 추진, 공영방송 매각 등 금융 및 언론부문과 교육 및 의료부문에 대한 자유화·시장화뿐만 아니라 물, 전기, 가스 등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공공부문까지 사유화 내지는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와 연계해 장 교수는 국영기업의 무조건적인 민영화에 반대하고 민간부문과 무조건적인 효율성을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민간 기업은 기업의 현재 주가를 극대화하려는 경향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제전반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등의 이유를 근거로 민영화가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인센티브 체계와 감독 시스템의 개혁으로 국영 기업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이론이 유일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고, 바람직한 정책을 위한 유일한 접근 방식의 존재도 거부하고 있다. 국가가 처해있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 중에는 극단적인 보호주의적 견해도 있다. 예를 들어 그는 파생 상품 같은 장외거래는 투명성이 부족하고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거래와 시스템 도입 금지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보호주의의 경향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성공으로 이끌었을 때 더 큰 도약의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체제에서 벗어나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도 불안한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신중하게 여건을 고려하고 검토해 우리에게 맞는 경제 정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장 교수가 제시하는 무역과 산업정책, 공기업 민영화, 국제자본흐름, 금융규제, 금융정책 등에 대한 제안을 정책자들이 정책대안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이론은 합리적인 경제정책으로 다시 상생의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의 정책적 제안은 신자유주의의 반대논리로 접근하다보니 기존 경제정책의 큰 흐름을 가지는 경제사상으로 틀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좀 더 이론적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교수의 이론과 주장이 현재와 미래에 적용될 수 있는 경제정책방향의 기준과 틀을 세울 수 있는 새로운 경제사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재호 목원대·경제학

필자는 미저리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자본자유화에 대한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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