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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교수는 ‘파리 목숨’인가
사립대 교수는 ‘파리 목숨’인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8.06.3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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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KBS 이사’ 신태섭 교수 해임 결정

사립대 교수는 ‘파리 목숨’인가.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KBS 장악 시도가 애꿎은 교권 침해로 나타나 사회봉사 점수로 인정받던 ‘KBS 이사’ 활동도 한 순간에 문제가 돼 해당 교수는 해직 교수가 될 판이다.

 

‘KBS 이사’ 사퇴 종용을 받았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51세, 광고홍보학과)가 지난 23일 결국, 이 대학 이사회로부터 7월 1일자로 ‘해임’처분 통보를 받았다.
이사회는 해임 사유로 △총장의 허가 없이 KBS 이사직을 겸직한 점 △KBS 이사회 참석차 국내 출장 시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점 △KBS 이사회 참석차 학부 및 대학원 수업에 지장을 초래한 점 등 세 가지를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동의대가 내세운 해임 이유는 억지에 가깝다.

동의대는 신 교수 해임 이유를 KBS 이사 활동을 근거로 삼고 있지만, 동의대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신 교수의 교수업적평가 ‘사회봉사’ 점수에 KBS 이사직 수행을 인정했다. 신 교수의 지난 2년간 교수업적평가 사회봉사 내역을 보면, 2006년 9월 1일부터 2007년 2월 28일까지는 10점, 2007년 3월1일부터 2008년 2월 28일까지는 20점을 반영했다. 신 교수는 “KBS 이사직을 맡았을 때 총장과 재단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더니 ‘열심히 해보라’며 격려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KBS 이사직 수행을 높은 가치로 인정해 놓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꿔 KBS 이사 활동을 문제삼아 ‘해임’이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신 교수에게 위반 규정으로 적용한 ‘사외이사 겸직에 관한 규정’도 사실에 맞지 않다. 이 규정은 사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때 적용되는 규정이다. 신 교수의 담당 변호사인 이기욱, 문건식씨는 “KBS 이사는 동의대 사외이사 겸직에 관한 규정이 담고 있는 기업체의 사외이사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방송법에 의해 방송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KBS 이사의 선임과정에 기업체 사외이사 겸직허가 신청절차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이사회의 지적도 KBS 이사를 처음 맡았던 2006년 2학기에 이사회 참석으로 3번을 빠졌지만, 모두 보강수업을 했고, 대학원 수업은 KBS 이사 활동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주간 대학원의 강의를 야간으로 옮겨 진행했다. 신 교수는 “대학원 학생 모집을 위해 직장인의 강의는 야간으로 하라고 장려한 것은 오히려 대학이며, 다른 대학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KBS 이사를 맡아 왔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3월부터 대학 측으로부터 KBS 이사 사퇴 종용을 받아 왔다. 신 교수는 “강창석 동의대 총장이 나에게 KBS 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추가 감사에 이어 종합감사까지 실시할 수도 있다”며 “여러 차례 총장실로 불러 KBS 이사직을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이 부당한 해임 결정을 내린 동의대 학교법인은 이른바 ‘족벌 재단’에 속한다. 현 김임식 이사장의 장남이 같은 재단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셋째 아들도 동의대 교수로 지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제6~1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는 ‘공동대책위’를 발족하고 “동의대는 해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이명박 정부는 언론통제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촛불 문화제에서 신 교수 문제를 공론화하고, 동의대에 대해서도 국민감사를 청구하고, 해임 철회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교수노조, 민교협 등 교수단체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동의대는 부당 해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 교수는 이번 주 중으로 부산지방법원에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해임무효 소송을 낼 예정이다. 신 교수의 KBS 이사직 임기는 내년 8월말까지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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